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버팔로 교외지역에서 눈에 갇힌 한국인 9명이 친절한 미국인 부부 덕분에 특별한 성탄절을 보냈다는 소식을 홈페이지 주요 기사로 배치했다.
보도에 따르면 24일 뉴욕을 떠나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소형 버스가 버팔로 외곽 알렉산더 캠파냐씨(40) 집 인근 지역에서 폭설로 멈춰 섰다.
관광객들은 캠파냐씨 집에 삽을 빌리러 갔지만, 이 지역 겨울철 눈폭풍의 기세에 익숙해 있던 캠파냐씨는 삽을 빌러주는 대신 관광객들을 자신의 집으로 들였다.
치과의사인 캠파탸씨 부부는 폭설에 대비해 냉장고를 음식으로 이미 채워놓았던 상황이라 운전자를 포함한 10명의 불청객들을 부담 없이 맞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두 부부는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김치와 간장, 고추장, 참기름은 물론 밥솥까지 갖추고 있었다.
관광객들 역시 한국에서 공수해온 음식을 가지고 있던 터라 이날 저녁 식탁은 특별히 한국음식으로 채워졌다.
관광객들 중에는 유학중인 대학생 자녀를 보러 미국에 들렀던 중년 부부도 있어 제육볶음과 닭도리탕 등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이들 유학생 가족 외에 신혼여행을 간 부부, 겨울방학을 이용해 미국 여행에 나선 대학생들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인 부부는 식사가 끝나자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손님용 침실을 내주고, 소파, 침낭, 에어 매트리스까지 총동원해 이들의 잠자리를 챙겼다고 한다.
캠파냐씨는 뉴욕타임스에 예정에 없던 멋진 성탄전야 파티를 열 수 있었다며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독특한 축복이었다"고 기뻐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는 결코 이 일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험 덕분에 부부가 한국 방문을 계획하는 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 가운데 신혼여행부부는 이들 부부와의 만남에 대해 "운명 같았다"며 "캠파냐씨 부부는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며 고마워했다.
뉴욕타임스는 관광객들이 다음날 제설작업 이후 뉴욕시로 돌아갔다며 대부분 이번 주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전한 트위터에는 선한 이웃 덕분에 미국과 버팔로가 인심을 얻게 됐다는 댓글과 성탄절에 어울리는 훈훈한 이야기라는 찬사가 줄을 이었다.
반면에 통행이 금지된 이 지역에 어떻게 관광 버스가 운행할 수 있었느냐는 비판글과 새로운 오징어 게임인줄 알았다는 조롱글도 없지 않았다.
한편, 이번 겨울 폭풍으로 버팔로 소재 이리카운티에서만 2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차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고 일부는 도로가에서 눈에 덮인 채로 발견됐다.
이리카운티 소방당국은 이날까지 모두 500여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폭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 지역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