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6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짓는 등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 문제는 당원투표 100%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한 상황에서, 극우 성향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당대표·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내고 세를 키우고 있어 퇴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일을 내년 3월 8일로 확정하고, 선관위원장으로 유흥수 상임고문을 위촉하는 안을 의결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후보 합동토론회, TV토론 등 전체 일정에 30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 2월 초 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뒤 예비경선을 거쳐 컷오프를 실시하고, 2월 중순부터 본 경선을 진행하는 일정을 구상 중"이라며 개략적인 시간표를 설명했다.
아직 예비경선을 통한 컷오프 기준은 미정 상태다. 이준석 전 대표를 선출했던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는 8명의 후보가 출마해 5위까지 본경선에 올랐다. 직전 기준을 준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5위 안에만 들면 본선 진출이 가능해진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후보 중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정확한 본경선 구도를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당심 100%'로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한 이상, 극우 인사들의 공간이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민심은 배제하기로 했고, 일반 당원들은 대선 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에 관심이 덜 한 것 같다"며 "오히려 극성 지지층만 난립할 요소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바른미래당 출신 인사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선명한 색깔론을 꺼내드는 등 강성 보수층에 소구하는 메시지를 발산했다. 그는 "당시 많은 리스크를 안고 바른미래당과 통합한 건, 종북좌파와 싸워 이기기 위해 우리 자유우파의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 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제가 목숨 걸고 막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건희 여사 팬클럽 회장 출신인 강신업 변호사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도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다수의 구독자를 확보해 세를 불리고 있는데, 이들 역시 이준석 전 대표 및 '좌파'에 대한 공격과 비난을 주무기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실제로 지도부에 입성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다만, 이번에는 당심 100%로 전당대회가 치러지기 때문에 강성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들이 결선투표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선에 올라 선전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황교안 전 대표가 5위 안에는 충분히 들 수 있다고 본다"며 "전통 당원층이나 극우 성향을 지닌 당원들의 표심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황 전 대표가 적어도 당심의 5%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서는 이들이 완주하며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심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중도층과의 괴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간신히 결별했던 '태극기 보수' 이미지까지 재차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초선의원은 "극우세력의 문제는 머릿 수가 많다는 게 아니라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라며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전당대회가 극우의 축제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이 완주하지 않고 자신들의 지분을 내세우며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낮은 친윤 후보군이 강성 보수세력의 유혹에 흔들려 연대하는 그림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제 극우 세력의 표심이 확인될 경우, 조그마한 당심이라도 모아야 하는 군소 후보들의 입장에서 흔들릴 수 있다"며 "강성 보수층들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생명줄을 연장하고 싶을 테니 어찌보면 이해관계가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의원은 "강성 보수와의 연대가 당연히 고민스러운 지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극우세력의 지지로 일시적으로 덩치가 커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신과 당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