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계약기간 입장 차이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벤투 전 감독은 23일(현지 시각) 포르투갈 매체 헤코르드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 사령탑을 내려놓은 이유를 언급했다.
그는 "(재계약과 관련) 첫 번째 대화를 나눴던 4월, 대한축구협회 측은 우리와 계속 동행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9월 (대화에서는) 계약 기간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있었다"면서 "그달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벤투 전 감독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한 번 더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장기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게 내가 협회 측에 전한 바다"고 전했다. 벤투 전 감독이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4년 뒤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까지 재계약하길 원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계약한 뒤 성적에 따라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벤투 전 감독은 "월드컵 전 계약과 관련해 협회 측이 한 번 더 접근했다"며 "나도 생각을 해봤지만, 월드컵이 끝나면 떠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후 한국 A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벤투 전 감독은 4년 4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역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는 최장기간 재임이다.
벤투 전 감독과 함께한 대표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2 대 1로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토너먼트 진출이다.
카타르월드컵을 마치고 선수단과 귀국한 벤투 전 감독은 국내에서 짧은 일정을 소화한 뒤 모국 포르투갈로 돌아갔다.
벤투 전 감독은 "(한국에서) 희생할 줄 아는 남다른 프로 정신을 가진 선수들을 알게 됐다. 항상 팀을 생각하는 선수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떠날 때 팬들이 공항까지 와서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 장면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차기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벤투 전 감독은 충분히 휴식을 가진 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