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3살 때 재혼해 떠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그 아들이 사고로 죽자 54년만에 나타난 모친. 그가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모두 갖겠다고 하자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줘 다른 유족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족들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 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4천만원 가량을 지급해달라는 80대 A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 아들 B씨(사고 당시 57세)는 작년 1월 23일 오후 4시4분경 제127대양호에 승선 중 거제시 인근 바다에서 선박이 침몰하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B씨 앞으로 선박회사의 유족급여, 행방불명 급여, 장례비 등 2억3776만원이 나왔고 A씨가 이런 소식을 듣고 등장했다.
그러나 B씨의 누나 C씨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A씨는 어머니 자격이 없다며 유족보상금 등의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에 A씨가 다시 소송을 걸어 이번에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선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도 유족에 해당한다'면서 A씨가 B씨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법규상 그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C씨가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그들이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에 거주한 적이 없어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씨는 23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재혼한 후 우리 형제들은 친척 집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았다. 할머니와 고모가 우리를 키워주셨다. 그런데 자식을 버리고 평생 연락도 없이 살다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주민등록상 미혼이었던 동생은 지난 6년간 한 여성과 동거를 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동생이 선원이라 한달에 보름 정도 배를 타지 않을 때 두 사람은 같은 집에서 사실상의 부부로 생활했다. 여성은 김해에 아들이 있어 동생이 배를 타러 나가면 그곳에 가 있었다. 그래서 여성이 주민등록도 옮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친에게 유족보상금을 양쪽이 반씩 나눌 것을 제안했지만 모친은 모두 갖겠다고 한다. 너무 양심이 없는 처사다. 보상금은 동생을 길러준 할머니와 고모, 그리고 사실혼 관계의 올케가 받아야 한다. 어려운 형편에 변호사비가 많이 들어 큰 부담이 되지만 너무 부당한 상황이어서 집을 팔아서라도 항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작년 6월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법이 계속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을 청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