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후조리원 집단 결핵 사태, 법원 "조리원 배상 책임"

기도 출혈 등으로 검사받은 뒤, 결핵 판정 때까지 근무
신생아 73명 잠복결핵 감염…법원 "주의 의무 게을리 해" 과실 인정

부산지방법원. 송호재 기자
부산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결핵에 걸린 간호조무사로 인해 신생아 수십 명이 감염된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산후조리원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부산지법 민사9부(신형철 부장판사)는 피해 신생아와 부모 등 566명이 산후조리원 운영자 A씨, 간호조무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잠복결핵에 감염된 신생아는 각 400만원, 부모에게 각 50만원을 지급하고, 음성판정을 받은 신생아는 각 100만원, 이들 부모에게 각 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B씨는 2020년 10월 16일 기도 출혈 등 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뒤, A씨에게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B씨는 결핵 감염 판정을 받은 2021년 11월 6일까지 신생아를 관리하는 업무를 이어갔다.
 
이후 산후조리원 신생아와 영아 288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73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로, 별도 증상이 없고 전염력도 없다.
 
재판부는 A, B씨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생아에 대한 감염 위험을 차단 또는 최소화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모자보건법상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감염사고 등으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산후조리업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이들에게 무과실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생아들은 B씨와의 접촉으로 잠복결핵에 감염됐거나 감염되지 않더라도 원하지 않는 검사 등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신생아와 부모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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