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명식당 대표 살해범 "범행 착수금 2천만 원 받아"

경찰, 범행 후 더 큰 대가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고 수사

사건 직후 도주하는 피의자 김모(50)씨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캡처. 독자 제공

제주 유명식당 대표 살해사건 주범 김모(50)씨가 고향 선배인 박모(55)씨로부터 범행 착수금 성격의 현금 2천만여 원을 받은 뒤 범행하고 이후에도 추가 대가를 받기로 한 정황이 드러났다.
 
22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씨로부터 범행 착수금으로 계좌로 1천만여 원, 현금 1천만 원 등 모두 2천만여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범행 후 착수금 외에도 다른 대가가 약속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은행계좌 조사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또 박씨가 사건 전후 김씨 부부의 제주를 오가는 배편 경비와 숙박비에 대해서도 지원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전에도 김씨가 제주를 왔을 때 용돈 성격의 경비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던 김씨는 현재 살인을 염두에 두고 주택에 침입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씨로부터 '드러눕게 하라' '피해자를 병원에 입원시켜도 된다' '못 일어나게 해도 좋다'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를 '죽여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박씨는 "범행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겁만 주라고 했다"며 살인교사 혐의를 부인했다. 도주 과정에서 김씨와 함께 있던 아내 이모(45‧여)씨 역시 공모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김씨와 이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박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제주 유명식당 대표 살해사건' 주범 김모(50)씨. 고상현 기자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쯤 제주시 오라동 한 빌라에서 50대 여성 A씨의 머리와 목을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다. 부검 결과 머리 등을 크게 다친 A씨는 뇌출혈로 숨졌다.
 
수사 결과 김씨는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아무도 없는 주택에 홀로 침입해 방에 숨어 있었다. 이후 이날 일을 마치고 귀가한 A씨를 덮쳐 집에 있던 둔기를 휘둘러 살해한 뒤 달아났다.
 
김씨는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기도 했다. 범행 현장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에서 내렸다. 다시 택시를 탄 뒤 동문재래시장에 내렸다.
 
이후 동문재래시장 인근에서 기다리던 아내 이씨 차량을 타고 제주항으로 이동했다. 이후 완도행 배편에 차량을 실은 뒤 김씨는 이씨와 함께 경남 양산시로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금전적인 갈등으로 인한 청부살해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박씨가 같은 고향 후배인 김씨에게 "피해자를 손 봐 달라"며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 8월부터 금전적인 문제로 A씨와 여러 차례 크게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회범죄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범행 직후 미리 준비한 옷 등을 갈아입는가 하면 사건 직후 김씨가 박씨와 통화한 내역도 확인됐다. 증거 인멸을 위해 장갑을 착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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