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는 부산시 주최로 '고리2호기 계속 운전 시민 소통의 장' 토론회가 부산 시민과 교수, 환경단체 등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수명연장 찬성 측은 주로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반대 측은 그에 대한 반박과 한수원이 제출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허점 등을 위주로 주장을 펼쳤다.
한수원이 앞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와 관련한 주민 공청회를 세 차레 개최하긴 했지만, 모두 파행 또는 일방적인 진행으로 끝나 찬반 양론이 한 자리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찬성 측 주제발표에 나선 정원수 한수원 설비개선처장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특성상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은 원자력밖에 없다"며 "1kWh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석탄 991g, 석유가 782g라면 원자력은 10g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 계속 운전은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기술이며, 미국은 가동 원전 93기 가운데 85기에 대해 계속 운전을 승인했다"며 "국내 원전은 유럽 기준인 주기적 안전성 평가 방식과 미국 기준인 주요기기 수명평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모두 적용해 해외보다 안전 기준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수원이 평가서를 작성하면서 준용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NUREG-0555' 기준은 중대사고 내용이 빠진 기준이다. 즉 중대사고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환경영향평가"라며 "이 밖에 '원자로 건물 누설 이외에 다른 방출경로는 없다'는 등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과거에 이미 그런 사고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왜 이렇게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원전 수명연장의 경제성과 안전성, 절차상 하자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찬성 측 토론자인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원자력발전소는 반경 1km 지역을 벗어나면 사고가 나더라도 영향이 없다. '안전한지 확인되면 하라'고 하는데, 100% 안전하다는 건 세상에 없다"며 "미국 안전 기준보다 우리나라 안전 기준이 더 강력한 기준이다. NUREG-0555는 담당자가 실수한 것으로 보이는 데, 완벽함을 요구하는 건 성숙한 시민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고리2호기가 사라지면 대안이 없다. 그만한 전력을 생산하려면 부산 금정구만큼 면적의 태양광 발전부지가 필요한데, 그만한 부지를 부산에서 내놓을 수 있느냐"라며 "우리나라 계속 운전 기준은 문제가 있을 정도로 엄격하다. 현행은 10년 주기로 갱신하도록 돼 있는데, 20년 주기로 완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는 "정 교수 말처럼 원전 반경 1km 지역을 벗어나면 사고가 나더라도 안전하다면, 전기를 많이 쓰는 서울에 만들 수 있는 데 왜 굳이 부산이 계속 희생하라고 하나"라며 "원전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수명연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우리 말을 못 믿느냐, 선동하지 말라'고 우기기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토론이 진행되는 사이 객석에서는 간간히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으며, 일부는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앞선 한수원의 공청회처럼 파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