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수습할 방안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016년 11월 7일 작성된 '현 시국 수습을 위한 전문가 의견'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를 위해 기무사가 작성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문건은 최순실 태블릿PC가 공개되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요구가 확산하던 때 기무사 정보융합실에서 작성했고, 당시 최재경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보고됐다.
단체는 올해 7월 기무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이 문건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전문가 의견을 모아 탄핵 정국을 타개할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기무사는 정국 수습을 위한 전문가 의견과 관련 △대통합을 위한 소통 행보 강화 △대통령님의 공정한 수사 의지 시현 △언론 및 종교계 주요 관계자 간담회 △사회불안 조성 세력에 대응 △사회·경제 정의 실현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 설치, 국가 원로로 구성된 '상설 국가위기관리자문기구' 운영, 영수 회담 개최 시 특별검사(특검) 구성 요청,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 내년 검찰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 피력 등의 조언도 있다.
언론사 편집국장·보도본부장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종교계 지도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사이비 종교 연루 이미지를 불식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퇴진 집회에 대한 대응 방식도 적혀있다. 경찰이 시민단체와 협의해 평화적 시위를 유도할 것, 불법시위와 악성 유언비어 유포 세력을 엄중 처벌하고 확대·재생산을 차단할 것, 불법시위 장면을 채증해 수사에 활용하고 필요시 국민에게 공개할 것 등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기무사가 군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권력자의 싱크탱크 역할을 자임했다"며 "군 정보기관이 어떤 식으로 오남용되는지 명백히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국방부가 입법 예고한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안이 이런 기무사의 행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체는 "군 정보기관을 대통령 전용 사설탐정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