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참사' 국조특위 현장조사…유족 "장례 한 달 지나 약 올리나"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우상호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한 뒤 최헌국 목사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1일 첫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국정조사 계획서가 통과된지 약 한달만이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특위에 복귀하면서 여야가 함께 조사에 나섰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유족들과 만나 "여야 힘을 합쳐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국정조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유족들은 "약속을 지켜달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 이만희 위원에게는 "제발 진정성 있게 행동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분향 도중 일부 시민은 우 위원장을 향해 "서해 피살공무원 영정에는 갔나. 세월호 사건 팔아 집권한 것 아닌가"라고 소리쳐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후 특위 위원들은 이태원 해밀튼 호텔 옆 참사 현장으로 이동해 설명을 들었다. 우 위원장은 "이렇게 좁은 곳에서 158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책임은 어디 있는지 명확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들은 골목 곳곳을 다니며 당국의 출동시점과 보고 시간, 병력 배치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힘써달라고 호소하는 동시에 뒤늦은 조사에 대한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유족은 "그렇게 살려달라고 아우성쳐도 일하는 사람 하나 없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라고 절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특위 위원들이 책임을 지고 똑바로 조사해야 한다. 위원 직을 걸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우상호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을 찾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조특위 위원들은 최성범 소방서장의 현장 설명을 들은 뒤 용산 파출소로 이동해 당시 보고 상황 등을 확인했다. 파출소에서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당일 교통기동대가 배치되기로 했다"며 "오후 9시30분 배치 후 교통기동대가 제 역할만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같은당 진선미 의원도 "당시 정복 입은 경찰 두 명만이라도 참사 골목 위 아래를 지키며 관리했어도 이 정도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람이 밀려들 때 경찰이 갑자기 교통 통제를 한다고 인도로 사람들을 밀어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파출소 밖에서 유족 중 한명은 애 타는 마음을 호소하는 과정에 실신하면서 119 구급차가 호출되기도 했다. 이후 파출소에서 나온 우 위원장은 유족들과 만나 "늦게 출발했지만 오늘이 시작이다. 항상 이런 일이 있으면 숨기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파헤치고 여러분들이 알고 싶은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지금 요구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진실만 밝혀달라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어디서 죽었는지, 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양주까지 뿔뿔이 (가서 사망했는지), 여당도 야당도 왜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건지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유족은 "지금 너무 늦었다. 이제 사과 받는 것도 싫고 아이들이 하루만이라도 살아올 수 있게 해달라"며 "지금 와서 진실 규명하는 게 웃기는 것 아닌가. 유족들은 정신 없이 장례 치르느라 한달 넘었는데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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