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리프트 사고'…정밀진단 법 개정 '미비'

19일 오후 4시 12분 쯤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에서 리프트 멈춤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에서 발생한 '리프트 멈춤 사고'와 관련해 추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12분쯤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리프트 멈춤 사고가 발생해 이용객 54명이 3시간 30여분 만에 구조됐다.

리프트 이용객들은 같은 날 오후 7시 48분쯤 전원 구조됐지만 공중에서 3시간이 넘도록 매서운 추위와 공포에 떨었야만 했다. 구조가 늦어진 이유는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와 리프트 간 거리, 경사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알펜시아리조트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복구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가 난 스키장은 지난 5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정기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리프트 이용객을 무사히 구조하고 있는 구조대원.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이번 사고와 관련해 반복되는 리프트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현행 법령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총 171개의 리프트가 관광용 및 스키장용으로 등록돼 있다. 공단은 궤도운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시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연 1회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단이 주관하는 점검은 크게 리프트에 쓰는 삭도와 철도에 쓰는 궤도로 구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삭도는 용도에 따라 왕복식, 자동순환식, 고정순환식, 견인식 삭도로 분류하고 있다. 스키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리프트는 자동순환식과 고정순환식이다.

공단의 정기검사와 함께 민간업체를 통해서도 주기적으로 임시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법에서 업체의 점검은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정기 점검은 연 1회에 그치는데다 업체의 점검은 법적 구속력도 없는 것이다.

지난 1월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서 발생한 리프트 역주행 사고. 연합뉴스

앞서 지난 1월 22일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는 리프트가 역주행하면서 이용객 100여 명이 부상을 당하거나 장시간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3월 스키장 리프트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궤도운송법'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개선안에는 철도를 대상으로만 실시하는 '정밀진단 제도'를 궤도·삭도시설도 포함할 것과 궤도·삭도의 주요 구동설비 등에 대한 '법정 내구연한' 신설 등을 담았다. 또한 스키장 리프트 등 경사지에 설치된 삭도시설 역주행 방지 설비 보완을 위한 기준 법제화, 왕복식 삭도에서 비상시 구조활동 등을 담당하는 차장을 대상으로 안전 관련 필수 교육 이수를 건의했다.

또한 공단 측도 리프트 점검 등을 보완하기 위한 개선책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갑·사진) 국회의원은 정밀안전검사를 5년마다 실시하는 등 궤도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지난 10월 대표발의했다.

지난 1월 25일 경기도 포천시 베어스타운에서 합동감식반이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리프트 설비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 역시 관렵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철도 차량은 20년 경과 시 5년 주기, 철도시설은 10년 경과 시 성능 등급에 따라 4~6년 주기로 정밀진단을 해야한다. 하지만 궤도·삭도는 상당수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의 연 1회 정기검사 외에 별도의 정밀검사 규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광주대 건축공학과 송창영 교수는 "리프트 사고의 경우 높은 곳에서 발생해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크다"며 "평상시 자주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라 특정 기간에 발생하는 사고인 만큼 운영에 앞서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형식적인 검사가 아닌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고는 아무래도 기계라든가 전자적인 부분에서 오작동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 것은 사람이 관리를 해야하는데 일정 기간에만 근무하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은 절대로 어떤 권장, 권고가 아닌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적인 차원에서 강제성 있는 변화를 줘야 한다고 수년 전부터 강조해왔지만 여전히 개선되고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단에서 매년 1회 실시하는 정기검사에서 모든 문제를 잡아내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궤도운송법 개정안 발의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조속히 조치하는 등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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