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연은 소프라노 조수미(60), 바리톤 토마스 햄슨(67·미국)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 최영선), 클래식 기타리스트 마르코 소시아스(스페인)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조수미와 햄슨은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최고 성악가다. 오페라 극장에서 자주 스쳤지만 한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시아스는 2012년 조수미의 바흐 앨범에 참여한 인연으로 함께 공연하게 됐다.
1부는 오페라와 오페레타(소형 오페라)의 아리아를 주로 들려줬다. 서막은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 서곡'으로 열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흥겨운 왈츠 리듬이 객석까지 넘실거렸다.
조수미는 청아한 음색과 능숙한 무대 매너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했다. 노래를 마치면 손키스를 날리며 관객의 환호와 박수를 끌어냈다.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 레하르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빌랴의 노래'는 왈츠풍 노래로, 아름답고 흥겨웠다.
플루트 연주에 맞춰 부른 아당 오페라 '투우사' 중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는 현란한 콜로라투라와 친근한 멜로디가 귀를 즐겁게 했다. 이 노래의 도입부는 영국의 자장가 '반짝 반짝 작은 별'을 차용했다. 관객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햄슨은 레하르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를 특유의 부드럽고 힘있는 목소리로 소화했다.
1부 공연의 백미는 조수미와 햄슨이 듀엣으로 부른 레하르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입술은 침묵하고'였다. 외교관 다닐로와 돈 많은 미망인 한나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부르는 노래로, 조수미의 실감 나는 표정 연기 덕분에 객석에서는 자주 웃음이 터졌다.
2부는 크리스마스로 메들리로 꾸몄다. 오케스트라가 앤더슨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 '징글벨'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익숙한 캐럴의 가사를 흥얼거렸다.
조수미는 소시아스의 클래식 기타 연주에 맞춰 성가곡인 구노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소시아스는 영화 '디어 헌터' 테마음악으로 유명한 마이어스 '카바티나'와 플라맹코의 한 형태인 파루카를 기반으로 한 파야 '삼각모자' 중 '방앗간 주인의 춤'을 독주하기도 했다.
햄슨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크리스마스엔 집에 갈게'를 선사했다. 공연장 분위기는 마지막 곡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를 때 절정에 달했다.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따로 있었다. 바빌로프 '아베 마리아', 도니제티 '샤모니의 린다' 중 '오, 내 영혼의 빛'에 이어 조수미와 햄슨이 춤을 추며 앵콜곡 레하르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입술은 침묵하고'를 부르자 공연장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온 듯 후끈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