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과 쌍방울 수사의 자금을 추적 하다보면 계속 등장하는 회사가 있다.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배상윤 회장이 이끌고 있는 KH그룹이다. KH그룹은 전환사채(CB)를 활용해 인수합병(M&A) 자금을 충당한 쌍방울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M&A 이후 각종 잡음을 내고 있다. 쌍방울과는 CB를 주고 받으며 금전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현재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모두 KH그룹을 주목하는 이유다. 배 회장은 김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해외에 체류 중이다.
KH그룹은 대장동·쌍방울 사건에 어떻게 등장하나
KH그룹은 쌍방울의 자금 흐름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온다. KH E&T는 2019년 4월 쌍방울의 페이퍼컴퍼니이자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착한이인베스트먼트에 20억원을 빌려줬다. KH E&T의 최대주주인 장원테크도 같은 시점에 착한이인베스트먼트에 30억원을 대여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CB 100억원어치를 인수한 회사로, 최대주주는 김 전 회장이다. 사실상 KH그룹이 총 50억원을 쌍방울에 빌려준 셈이다.
KH그룹과 쌍방울은 이처럼 필요할 때마다 상대 회사에 돈을 대는 방식을 통해 '윈윈' 관계로 발전했다.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의 '친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 조작을 할 당시 공범이었고 함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관계는 '절친'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은 올해 4월 쌍용차 인수전에 함께 뛰어들기도 했다. 또 쌍방울과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 지사 재임 당시 추진한 남북 교류 행사의 공동 주최 측인 아태평화교류협회에 후원을 하며 대북 송금을 한 의혹도 받는다. (관련기사: [단독]아태협-쌍방울 '대북 교류' 매개로 한몸처럼 움직였다 9월 8일자 )
CB 자금으로 계열사 늘린 KH그룹
M&A자금은 CB를 통해 조달했다. KH그룹은 2018년부터 상장사 다섯 곳에서 50여 차례에 걸쳐 CB를 발행했다. CB발행 액수만 6000억원이 넘는다. 자본시장에서는 쌍방울과 마찬가지로 KH그룹도 무자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조폭과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상장사를 인수한 뒤, CB등을 발행해 끌어모은 돈과 회사 내 자금을 다른 회사 인수에 활용하는 식이다. 그 사이 주가가 오를 수 있는 호재를 만들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양쪽에서 KH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쌍방울의 횡령·배임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KH그룹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8월 KH그룹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수사가 잠시 주춤했으나, 전날 전 쌍방울 재무총괄책임자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진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발행한 CB를 그룹 내 페이퍼컴퍼니가 매입했는데도 이에 대해 공시하지 않았고, 이같은 거래로 부족한 회사 자금을 확보하고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강력범죄수사부에서 KH그룹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폭력조직 '수노아파'의 서울 그랜드하얏트 난동 사건을 수사하다 KH그룹에 대한 의문점이 생겨서다. 당시 사건은 수노아파 조직원이 약 사흘에 걸쳐 호텔에 머무르며 영업을 방해하고 손님들에게 위협을 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배상윤 회장이 60억원을 떼먹었다"는 주장이 나와 이에 대한 수사도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 춘천지검에서 하고 있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사건이 중앙지검에 이첩되면서 KH그룹을 살펴보던 강력범죄수사부가 통합해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