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야근' 부르는 포괄임금제…노동부, 사상 첫 기획감독

일한 시간 계산 않고 미리 정한 급여·수당만 주는 포괄임금·고정OT
근로시간 산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공짜 야근' 위해 악용돼
노동부,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중심으로 집중 감독

서울 시내 한 사무실에서 불을 밝히고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연합뉴스

대가 없는 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노동당국이 사상 첫 기획감독에 돌입한다.

앞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등을 통해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추진해오던 정부가 장시간 노동을 부르는 악습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을 중심으로 포괄임금·고정OT계약 오남용 사업장 기획형 수시감독을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감독은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대상으로는 처음 실시하는 기획감독으로, 전국 지방청 광역근로감독과를 중심으로 △연장근로 시간제한 위반 △약정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시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집중 감독할 예정이다.

문제의 포괄임금제는 따로 산정해야 할 복수의 임금항목을 포괄해 일정액으로 지급하기로 미리 약속하는 임금지급 계약 방식으로, 흔히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하거나 하나의 수당 명목 아래 뭉뚱그려 일괄지급한다.

당연히 사용자는 노동자가 실제로 일한 시간만큼 법정수당을 산정해서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는 규정되지 않았지만,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우리 사회에 널리 자리잡았다.

대법원은 ①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거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더라도 근로시간 규제를 위반하지 않을 것 ②당사자간 합의가 있을 것 ③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것 등의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임금을 포괄적으로 산정해서 지급하도록 허용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노동현장에서 장시간 근무하고도 일한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짜 야근'을 부르는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 또는 '고정OT' 계약으로 임금 체불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업무시간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일반 사무직 노동자에게도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총액을 미리 정한 기본임금이나 수당만 지급하는 '공짜 야근' 사례가 잦다.

또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데도 연장·야간·휴일 등의 수당 금액을 미리 정해놓는 '고정OT'가 주로 의료계에서 횡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IT 업계를 중심으로 초장기 노동인 이른바 '크런치 모드'로 일하면서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지적돼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오른 바 있다.

지난 12일 정부의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최종 권고안에서도 포괄임금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근로감독 등 현장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 계약과 고정OT 계약이라면 약정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포괄임금·고정OT로 인한 문제는 '계약 그 자체'라기 보다는 이를 오남용하여 '일한만큼 보상하지 않는 공짜야근'"이라고 주장하고, "사회 초년생인 청년 등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문제이나 그간 정부 차원에서 소위 포괄임금제의 오남용 시정 노력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에 대한 기획감독을 최초로 실시하고, 영세기업의 임금・근로시간 관리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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