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과정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및 불법 여부, 건축 공사 등과 계약 체결의 부패행위 여부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특정 업체가 공사를 맡았다는 의혹에 대한 이야기다.
19일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공개한 지난 14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 결정 알림 관련 공문을 보면 감사원은 이날 위원회에서 이렇게 결정했다.
감사원 심사위는 참여연대와 시민들이 청구한 4가지의 감사청구항목 가운데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과정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및 불법 여부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건축 공사 등과 계약 체결의 부패행위 여부에 대해서만 '감사 실시'를 하기로 했다.
나머지 항목, 즉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비용 추계와 편성 및 집행 과정의 불법성과 재정 낭비 의혹에 대해서는 '기각'을,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의 채용과정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근무 의무 위반 관련 사항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일부를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특정 업체가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국민감사청구를 했던 바 있다.
공문 내용을 보면 감사원은 예산 전용과 예비비 집행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승인 등 국가재정법상 결과를 거쳐 편성하고 집행했으며, 대통령실 이전비용 산정은 어떤 비용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사 대상으로 하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영빈관 신축 등 2023년도 예산편성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의혹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이 기재부와 신축사업 예산편성 필요성을 협의했고, 이를 반영한 기금운용계획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는 등 편성 과정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비용이 2023년도 예산에 숨겨져 있다는 데 대한 내용은 국회의 예산심의에 관한 사항으로, 감사 대상으로 하기 부적절하다고도 밝혔다.
또, 대통령실 소속 별정직 공무원을 사적 관계에 따라 채용했고 공무원이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등 인사 검증이 부실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이미 시민단체가 김대기 비서실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고, 공수처는 이를 불기소처분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6월 16일 9급으로 채용된 인물(시민사회수석실 행정요원 우모씨)이 민간 회사 감사를 겸직한 정황이 있지만, 이는 개인의 복무위반사항이고 7월 25일 퇴직한 사실을 고려할 때 감사의 실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심사위가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한 일부 감사청구사항들에 대한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참여연대와 청구인들이 감사청구한 사항들은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국가안보나 치안에 영향이 큰 국방부와 경찰청을 비롯해 관계 기관들의 연쇄적 이전이 이루어지는 정책과 예산의 결정·집행 과정과 관련된 사안들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청구인들이 사례로 든 사항에만 국한해 '관계기관에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요청하고 국방부와 경찰청, 기획재정부 등 해당 기관들이 회신해 온 자료에만 근거를 둬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심사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감사원법에 따라 대통령실을 비롯해 각 기관들의 이전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 여부 외에도 국가 재정의 낭비가 없는지 확인해야 할 회계검사의 책무는 감사원에 있음에도 소극적 태도로 검토하고 결론 지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