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겹 껴입어도 추워"…'최강 한파'에 빨라지는 출근길 발걸음

전국 아침 최저기온 영하 18도~영하 2도
맹추위, 20일 아침까지 지속될 전망
기상청 "교통 안전·보행자 안전 유의"

연합뉴스

19일 오전 전국 대부분 지역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최강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5시쯤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맹추위에 고개를 숙였다. 영하 12도 날씨에 새벽 출근에 나선 이들은 몸을 잔뜩 움추린 모습이었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거나 손에 꽉 쥔 핫팩에 의지하던 시민들은 한시라도 빨리 추위를 피하려는 듯 이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곡나루역까지 1시간 30분 가량 걸려 출근한다는 하정주(57)씨는 "체감온도가 영하 16~17도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버스나 전철 안에 있지 않으면 몸이 으스스 떨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하씨는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일하는 분들이 고생하지 않을까 싶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신사동으로 출근하던 이상호(56)씨는 "런닝셔츠에 내복, 겉옷에 조끼까지 네 겹을 껴입었는데도 춥다"며 "손가락이 시리고 모자까지 썼는데도 귀가 시리다"고 말하며 입김을 내뱉었다.
 
이씨뿐 아니라 출근길 시민들은 대부분 두꺼운 패딩이나 긴 코트로 중무장한 차림새였다. 한 에너지회사 통근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14명은 전부 어두운 계열의 패딩으로 온 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거기에 장갑과 모자, 마스크까지 중무장했지만 맹추위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안경에 김이 서린 채로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권민호(39)씨 "추위를 잘 타는 편이라 직장에서도 좀 추워서 옷을 좀 잘 챙겨 입고 다니는 편이긴 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춥다고 하니까 외투나 귀마개 같은 걸 잘 챙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윤철(66)씨는 "체감온도가 방송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 한 것 같다"며 "물론 따뜻하면 좋겠지만 그래도 남들하고 다 똑같이 추운 거니까 잘 참고 견딜 것"이라 말했다.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인근 한파대피소. 민소운기자
버스정류장 인근에 설치된 한파대피소마저 한기로 가득 찼다. 보행자나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칼바람과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서리풀이글루'라는 이름의 한파대피소(온기텐트) 지붕엔 주말 새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한파대피소 안에 머물러 추위를 피하는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수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강정희(66)씨는 "으슬으슬할 정도로 몸이 굉장히 차갑다"며 "내복도 입고 단단하게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굉장히 춥다. 외출할 때 뭐를 더 껴입는다고 달라질 건 없는 것 같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대구에 다녀왔다가 집에 가고 있다는 박주영(27)씨는 "갑자기 너무 추워진 것 같긴 하고 진짜 영하 14~15도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대구는 덜 추워서 좀 얇게 입고 와서 지금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하게 있으려 한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이날 아침에는 서울 영하 12도 등,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에서 영하 2도를 기록할 정도의 '최강 한파'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충남서해안과 전라권서부, 제주도를 중심으로 이미 15cm 이상의 눈이 쌓여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까지 전라권서부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오는 곳이 있겠다고내다봤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강변에 고드름이 얼어 붙어있다. 류영주 기자

며칠간 이어진 한파에 중대본은 지난 17일부터 '비상 1단계'를 가동해 한파와 대설에 대비하고 있다. 중대본 1단계는 대설주의보가 4개 시·도 이상 또는 대설경보가 3개 시·도 이상 발표됐을 때 가동된다. 서울시 또한 지난 18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도 계량기 동파 '경계'를 발령했다. 이번 한파로 어제 오후 6시 기준 항공기 109편이 결항되고, 여객선 77척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이면도로나 골목길, 경사진 도로 등에 눈이 쌓이거나 얼어 빙판길이 예상된다"며 보행자 안전을 강조했다. 또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겠다며, 차량 운행 시 감속운행, 안전거리 확보 등 교통 안전에도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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