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나온 후속편이자 열대우림에서 바다로 배경을 옮긴 '아바타: 물의 길'은 로맨스에서 가족, 더 나아가 부족 간의 이야기로 세계관을 넓히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바탕으로 직관적인 체험을 자신했다.
이에 오랜 기다림만큼 '아바타: 물의 길'이 어떤 기술력으로 다시 한번 최상의 시네마적 체험을 안겨주는지, 보다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기술…수중 퍼포먼스 캡처
'아바타' 제작 당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기존 모션 캡처에 '감정'(Emotion)이 결여됐다고 생각해 새로운 기술인 '이모션 퍼포먼스 캡처'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모션 캡처는 배우에게 마커 또는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에 따라 생성된 동작 정보를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입혔다.
그러나 이모션 퍼포먼스 캡처는 배우들이 CG로 구현된 가상공간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연기하면 곧바로 CG화 되는 방식으로, 영화 속 CG 캐릭터인 아바타에 감정을 반영할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초소형 카메라를 배우 얼굴에 부착해 얼굴 전체를 실시간으로 캡처함으로써 동공과 눈썹, 모공 등의 세밀한 움직임을 CG로 구현해냈다.(*참고문헌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 정보 월간지 'Cinno' Vol.6)
이처럼 '아바타'를 통해 기술력의 궁극적인 목표가 디테일한 감정의 전달임을 보여줬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을 통해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바로 새로 등장하는 물의 부족을 표현하기 위해 스쿠버 장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수중 퍼포먼스 캡처 촬영을 진행한 것이다.
배우들 역시 수중 퍼포먼스 캡처 촬영을 위해 하와이로 떠나 특별 잠수 훈련만 2개월간 받아야 했다. 오로지 숨 참기만으로 물속에서 최대한 오래 머무르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싸우는 동시에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쳐 보였다.
제이크 설리 역의 샘 워싱턴은 "이렇게 어려운 작품은 처음이었다. 프리다이빙과 수중 퍼포먼스 캡처 촬영에 필요한 주의사항을 전부 지키는 동시에 세심한 감정 연기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미 '타이타닉'으로 물탱크 촬영 경험이 있는 케이트 윈슬렛은 7분 14초의 최장 잠수 시간을 기록했다.
디테일로 완성된 캐릭터와 판도라의 세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한층 강화된 3D 기술을 활용해 관객들이 '아바타: 물의 길'을 관람하는 순간만큼은 판도라 행성에서 주인공들과 함께 장엄한 풍경을 가로지르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주인공들의 감정까지 나눌 수 있는 체험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수중 퍼포먼스 캡처 촬영 외에도 배우들의 감정 연기를 디테일하게 담아낼 수 있는 여러 기술이 추가됐다.
먼저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편집팀은 촬영하는 매 순간 최고의 연기를 실시간으로 골라내 버추얼 카메라를 통해 특정 샷을 만들었다. 버추얼 카메라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실제 촬영 장소에서 나비족들을 촬영하는 것처럼 화면 속에 거대한 파란색 캐릭터들을 비췄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버추얼 카메라에서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디렉션을 하는 등 배우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장치다. 버추얼 카메라 촬영분이 컷 시퀀스로 편집된 후에는 모든 샷과 퍼포먼스 자료가 시각 효과 업체 웨타 FX로 전달됐고, 모든 퍼포먼스의 디테일한 특징을 지켜내고자 했다.
캐릭터의 디테일한 감정 표현만이 아니다. 판도라 행성의 경이로운 세계를 디지털로 실현하기 위해 모든 식물과 나무, 물, 바위 등 대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이 VFX 팀의 컴퓨터에서 생성되고 렌더링을 거쳐 수중 세계의 복잡한 샷들을 완성했다. 이는 '물의 길'을 비롯한 이후 시리즈를 위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에 무려 5년 이상의 연구·개발이 투입된 결과다.
최고의 화질을 최적화된 포맷으로
'아바타: 물의 길'은 실제와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인 포토 리얼(포토리얼리즘, 현실을 극단적으로 생생하고 완벽하게 재현하는 경향)을 목표로,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현실감 넘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영화로 작업됐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존 랜도 프로듀서는 "촬영 기술 자체 표준이 올라가며 그로 인해 VFX(시각특수효과)도 업그레이드됐다. 모든 것을 최상, 최고의 레벨로 작업했다"며 "전편 때는 실제와 똑같은 것이 무엇인가,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는 최상의 포토리얼이란 무엇인가 정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때는 포토그래픽적으로 가자고 했지만, 이번엔 한 번 더 도전하자고 해서 포토 리얼리즘으로 구현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극장에서 관람하는 모든 관객에게 실제 존재하는 듯한 생동감을 주기 위해 3D, 하이 프레임, HFR(High Frame Rate, 1초당 24프레임 대신 1초당 48프레임으로 촬영되는 기법), HDR(High Dynamic Range, 생생한 화면을 구현하는 디지털 화상 처리 기법) 등 최고의 기술 레벨을 적용했다.
존 랜도 프로듀서는 "'아바타: 물의 길'은 큰 스크린으로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진화된 기술 레벨을 통해 직관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관람 후에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극장도 그동안 관람 환경이 더더욱 업그레이드됐기에 이런 혁신들이 맞아떨어졌다. 특히 한국의 스크린X, 4DX 등의 관람 환경은 혁신적인 포맷"이라고 말했다.
이크란 잇는 툴쿤의 등장
최고의 기술력으로 완성된 '아바타: 물의 길'의 볼거리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판도라의 생물들이다.
전편에서 익룡을 연상시키는 비행 생물 이크란을 비롯해 난탕(바이퍼울프), 파리(Pa'li, 다이어호스), 프키오(테트라프테론), 앙칙(해머헤드 티타노테어)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감독은 이번엔 다양한 수중 생명체를 통해 다시 한번 관객들을 판도라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에너지 넘치고 장난기 많은 포유류 일루는 만타 가오리의 복엽기 버전에 수장룡의 기다란 목과 유럽 제트 전투기의 카나드 윙이 결합된 모습으로, 이빨이 있어 필요한 경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생명체다.
스킴윙은 부분적으로 날치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머리 모양이 다르고 밝은색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검은색과 오렌지색에 약간의 흰색이 들어간 패턴으로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현실감을 더하고자 했다.
물의 부족 멧케이나족과 영적인 관계를 맺는 바다 생명체 툴쿤도 만나볼 수 있다. 고래의 형상을 한 지각 있는 생물종으로 최대 300피트(91m)까지 자랄 수 있는 툴쿤은 판도라 바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