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이후 줄곧 BA.5가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또다른 오미크론 계열 변이인 BN.1이 빠르게 점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오미크론 계열 변이가 국가 별 상황에 맞춰 유행하는 양상의 반복을 두고 '풍토병화' 초입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유행 규모는 줄어도 빈도는 늘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2월 1주차(4~10일) BN.1의 검출률은 17.4%로 직전 주 13.2% 대비 4.2% 상승했다. 11월 1주차 검출률이 3.5%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약 한 달 만에 BN.1으로 인한 감염 빈도가 5배가량 오른 셈이다.
지난 8월 초 BA.5의 검출률이 50%를 넘으며 우세종으로 자리매김한 이래 다른 변이의 검출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 BN.1이 처음이다. BN.1의 확산과 함께 BA.5의 검출률은 11월 1주 차 86.0%에서 12월 1주 차에는 60.5%까지 점유 비중이 떨어졌다.
여름이 지나가며 미국‧유럽 등에서는 BA.5를 대신해 BQ.1, BQ.1.1 등이 위세를 떨치며 우세종화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BA.5가 비중은 서서히 낮아져도 여전히 유행을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그 틈을 동시다발적으로 유입된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이 채우면서도 크게 점유율을 늘리지는 못해 '변이 춘추전국시대'로 불렸는데 겨울철 초입에 이르며 BN.1이라는 낯선 변이가 서서히 위세를 떨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지난 9월 처음 발견된 BN.1은 이른바 '켄타우로스'란 이름이 붙었던 BA.2.75의 후손 격 변이라는 점 외에는 이렇다 할 특성이 연구 결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원형인 BA.2.75가 기존 오미크론 BA.1보다 전파력이 빠른 BA.2에서 파생됐고 체내에 침투하는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는 BA.2보다 8개 많아 면역 회피력이 높다는 추정 정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BN.1의 영향력 확대에 증가세가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 유행도 다시 완만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다. 11월 5주 차 하루 평균 확진자는 5만3009명으로 직전 주 5만3965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가 12월 1주 차에 5만8958으로 다시 늘었다. 이번 주(12월 2주) 하루 평균 확진자도 이런 증가세 속 9월 이후 처음으로 6만명대를 넘을 전망이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BN.1의 이러한 면역 회피 특성을 감안해도 기존 오미크론들과 큰 성격 변화는 없어 기존 예측 수준을 상회하는 대규모 유행으로 급작스레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미국, 유럽 같은 경우를 볼 때 BN.1의 증가세가 BQ.1, BQ.1.1과 같은 변이들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증가 속도가 기존의 BA.5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유행을 주도하는 큰 변이 없이 국내의 BN.1과 같이 소규모 변이가 유행하는 현 국면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별 방역과 면역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오미크론 계열 변이가 산발적으로 유행하며 점차 풍토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변이들이 갈라지고는 있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기본적으로 오미크론, BA.5계열 안에서는 큰 특성 차이가 없다"며 "BN 변이 계열 같은 경우는 아시아권에서 유행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변이가 갈라지는 현상이) 엔데믹으로 가는 어느 전환점에 접어든 현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제 코로나19 유행 양상이 특정 변이가 주도하는 대규모 유행보다는 계속 면역 회피력이 높아진 오미크론 세부 변이가 소‧중 규모 유행이 보다 잦아질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유행 속 위중증 환자는 한 달 가까이 400명대를 이어가고 사망자도 40~60명대를 오가며 피해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1년 동안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주도하고 있고 코로나19 유행 초기 2년의 패턴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구별된 장으로 봐야 한다"며 "유행 파동이 큰 폭이 아닌 중간 폭의 유행이,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력과 면역 회피력이 높은 변이들로 자주 오는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이 변화를 유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