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여자부에서 11번째 챔피언이 탄생했다. 출범 원년부터 합류한 일본인 선수 히가시우치 나츠미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히가시우치는 15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여자부 결승에서 백민주(크라운해태)를 눌렀다. 세트 스코어 4 대 1(11:4, 11:8, 11:5, 8:11, 11:2)의 여유 있는 승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22개 투어 만의 감격적인 첫 우승컵이다. 히가시우치는 2019-20시즌부터 PBA에 참여했지만 이번 대회 전까지 4강 진출 1번이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 2012년 세계여자3쿠션선수권 우승자의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하지만 히가시우치는 이번 대회 상승세를 타며 정상 등극 가능성을 키웠다. 투어 데뷔 2번째 4강에 오르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최대 고비였던 4강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히가시우치는 올 시즌 기량이 급상승한 김보미(NH농협카드)와 준결승에서 먼저 두 세트를 내준 가운데 3세트마저 4 대 10, 매치 포인트를 내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3세트 꾸준히 추격한 끝에 11 대 10으로 만회했고, 여세를 몰아 3 대 2(10:11, 2:11, 11:10, 11:7, 9:3) 짜릿한 대역전극을 썼다.
이 기세는 결승에도 이어졌다. 히가시우치는 첫 세트를 15이닝 만에 따내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도 뱅크샷을 포함해 3이닝 동안 6점을 내며 11 대 8로 이겼다. 3세트에도 히가시우치는 2 대 5로 뒤진 가운데 정교한 횡단샷 등으로 무려 9점을 몰아치며 역전극을 만들었다.
백민주도 4세트 11 대 8로 만회했다. 8강과 4강에서 잇따라 여자부 최강으로 꼽히는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김가영(하나카드)을 연파한 기세를 잇는 듯했다.
그러나 히가시우치는 더 이상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5이닝 만에 마지막 옆돌기리로 11 대 2, 우승샷을 펼치며 포효했다.
히가시우치는 우승 상금 2000만 원과 2만 점의 랭킹 포인트를 거머쥐었다. 시즌 랭킹도 9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일본 도쿄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히가시우치는 당구계의 대표적인 '친한파'다. 당구도 한국 때문에 입문하게 됐다. 2003년 교환 학생으로 한국을 방문해 당구 3쿠션을 접한 히가시우치는 1년 뒤 일본으로 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들어서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했다.
이날 우승 뒤에도 히가시우치는 직접 한글로 빼곡히 적은 우승 소감을 막힘 없이 전했고, 인터뷰도 문제 없이 진행했다.
경기 후 히가시우치는 "사실 PBA 출범 직전에 당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프로당구가 한국에서 출범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도전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처음엔 잘 되지 않았고, 코로나19 때문에도 힘들었다"면서도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우승할 수 있어서 더욱 값지다"는 벅찬 소감을 밝혔다.
'웰뱅톱랭킹'은 64강전에서 이닝 평균 1.789점를 기록한 히다 오리에(일본∙SK렌터카)가 수상해 2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16일에는 PBA 남자부 4강전과 결승전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