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시스템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염증이 발생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앤드루 부바크 교수 연구팀이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유전되는 가족성 알츠하이머 치매(FAD: Familial Alzheimer's disease)로 사망한 7명과 이들과 연령이 비슷한 일반인 사망자의 검시에서 얻은 뇌 조직을 이용, 뇌세포의 전령 RNA(messenger RNA)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5일 보도했다.
FAD 그룹의 뇌 조직 분석에서는 후각 망울(olfactory bulbs)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후각로(olfactory tract)에 염증이 발생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후각 정보는 후각 망울과 후각로를 거쳐 대뇌에 전달된다. 특히 후각로는 정보를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에 전달한다.
연구팀은 후각로에서 신경세포의 수초화(myelination)가 잘못된 흔적도 발견했다.
신경 수초화란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신경 섬유를 보호하기 위해 전선의 피복처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미엘린 수초가 형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미엘린 수초는 신경세포들 사이를 오가는 전기신호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미엘린 수초가 손상되면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이 정체된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과 이로 인한 염증 그리고 후각 시스템의 신경 수초화 조절 장애가 해마의 기능을 교란, FAD의 진행이 가속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인지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의심을 받아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보고들도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코를 통해 이동하는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후각을 잃게 할 수 있다.
특히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 varicella-zoster virus)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비정상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후각망울에 침착시킬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여러 해 잠복할 수 있다.
여기서 일부 바이러스가 치매를 촉진한다는 추정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후각 기능 장애가 특별히 치매를 촉진하는 것일까?
후각 시스템의 염증과 아밀로이드 단백질 응집으로 해마와의 교신이 단절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전체적인 후각 경로(pathway)는 해마로 연결된다. 따라서 이 경로의 신호 전달 기능이 떨어지면 해마로 가는 신호 전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해마에 감각 입력(sensory input)이 안 되면 해마의 기능은 퇴화하기 시작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노화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