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현무-2C 미사일 낙탄사고, '자이로스코프' 문제였다

2017년 6월 현무-2C 미사일이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군 당국은 지난 10월 4일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강릉 공군 18전투비행단에서 현무-2C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가, 한 발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미사일 내부 자이로 센서의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사고 원인은 미사일 내에 있는 자이로스코프의 오류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사격절차와 전력화 과정 전반을 점검한 결과 잘 이행된 것으로 조사됐고, 해킹 징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이로스코프란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미사일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값을 측정하고 계산하는 장치를 뜻한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기술보호체계상의 일부 보완사항을 식별해, 현무-2C 미사일을 이달 말부터 내년 3월까지 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업체(한화) 등 팀을 구성해서 전수조사하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비행안전장치를 개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사격 당시 출입기자단에 설정됐던 엠바고(보도유예)로 인해 강릉 시민들에게 사고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점 등을 고치기 위해서 주민 공지 등 대응 매뉴얼도 보완하고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설명했다.

앞서 우리 군은 10월 4일 북한의 IR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현무-2C 미사일을 강릉에서 발사했는데, 동해 쪽으로 겨냥해서 쏜 미사일이 오히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1km 떨어진 골프장 페어웨이에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폭발하지도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었지만 이 미사일에 탑재돼 있던 고체연료가 불타는 바람에, 강릉 일대에서는 밤새 소동이 일어났다.

국방부 소속의 한 미사일 전문가는 이날 기자들에게 "관련 상황에 대해 3만번 정도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구동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상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면 사고와 같은 궤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관성항법장치에서 날개 구동 명령을 줄 때 오류가 있을 경우에는 미사일이 반대 방향으로 발사되는 결과들이 나왔기에, 이와 관련해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은 기본적으로 팽이처럼 회전하면서 날아가고, 그 과정에서 본체가 어떤 방향과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지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를 통해 측정한다. 발사 위치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미사일이 어떻게 얼마나 갔는지를 알면 자연스럽게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이를 기반으로 구동장치에 명령을 주어 목표까지 유도되는 방식을 관성항법유도라고 부른다. 해당 과정에서 바로 그 자이로스코프에 문제가 생겼으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결론이다.

이 관계자는 "각속도(회전속도)를 계측하는 자이로스코프에서 잘못된 정보를 주게 되면 미사일이 사고와 같이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며 여기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으니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됐다는 얘기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먼저 미사일에 원격측정 시스템을 넣어서 비행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며 "만약 의도했던 궤도에서 벗어나게 되면 탄두부가 분리돼서, 뒤쪽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바로 가까운 앞쪽으로 떨어지게 하는 비행안전종료 시스템을 개발해 미사일에 넣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군은 사고에 대해 해킹 징후는 없었다고 판단했지만, 미사일 관련 정보보호체계에 일부 최신 보안 패치가 적용되지 않았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해당 부분을 즉각 조치하고, 기술보호체계의 실태조사를 통해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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