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강원 강릉지역에서 승용차가 앞서 가던 차량을 들이받고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도로 인근 지하통로에 추락해 운전자 60대 여성이 크게 다치고 동승했던 10대 손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차량 블랙박스와 사고 현장이 담긴 CCTV영상 등을 토대로 급발진 사고를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15일 오후 정밀감식을 실시했다.
지난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여. 68)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A씨의 손자 B(12)군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도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이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지만, 유가족들은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CCTV에 담긴 영상 등을 토대로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측이 공개한 사고 차량 블랙박스 등의 영상을 보면 사고 당시 A씨가 "아이고, 이게 왜 안 돼. 오 큰일 났다"며 두려운 마음에 손자 이름을 반복해 외치는 음성이 기록돼 있어 긴박했던 상황임을 짐작케 했다. 또한 당시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차량들과 주변 목격자. 인근 CCTV 영상 등을 종합해보면 사고 당시 갑자기 A씨가 몰던 차에서 굉음이 발생했다.
이후 사고 차량은 앞에 있던 승용차 한 대를 들이받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연기를 뿜으면서 500m 이상을 더 주행했다. 앞에 가던 차량들을 피해 달리던 차량은 결국 왕복 4차로 도로를 넘어간 뒤 지하통로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크게 다치고 뒷좌석에 탔던 손자(12)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유족들은 급발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씨의 아들은 "사고 직전 차에서 굉음이 들렸고, 브레이크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질주하는 영상도 있으니까 급발진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블랙박스와 인근 CCTV 등에 포착된 영상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국과수에서 'EDR'이라고 불리는 차량 내 사고기록장치 분석하는 등 정밀감정을 실시했다. EDR은 충돌 전후의 차량 상태를 기록해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다.
국과수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EDR 분석을 통한 속도, RPM 수치,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과 사고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으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아들은 "국과수에서 EDR분석 등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추가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며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들어온 장면 등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있다면 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차량 제조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나온다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유족들은 아들까지 잃었는데 할머니마저 죄인으로 만들 수는 없다며 국과수의 정밀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 측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