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7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버스정류장. 강남역으로 향하는 6002번 버스 탑승구역 앞으로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날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시민들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버스 도착시간만 연신 확인했다.
하지만 얼마 뒤 도착한 버스의 탑승 가능 인원은 6명. 한 명씩 올라탈수록 버스 앞 전광판 숫자가 줄어들더니, 연제욱(34)씨 앞에서 줄이 끊겼다.
연씨는 "어제는 1시간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오기는 하는데,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까 매번 기다린다"며 "운이 좋아야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KD운송그룹 계열 광역버스는 지난달 18일부터 입석을 금지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운행을 늘리고 노선도 개편하고 있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이 들어서지 않은 화성 동탄에서는 광역버스 외에는 서울로 이동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역 인근으로 출퇴근을 하는 김모(34)씨는 "강남역을 가는 노선은 그나마 여러 개가 있지만, 서울역이나 잠실행은 버스도 적고 배차간격도 길다"며 "출근시간대 버스를 늘렸다고는 하는데 사실 체감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날까지 추워지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고통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날 대다수 시민들은 목 끝까지 외투를 올린 채로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열을 냈다.
"아예 출근을 1시간 늦췄어요"…'셀프 대안' 마련도
출근 시간을 1시간 앞둔 오전 8시 무렵에도 일부 서울행 버스들은 '만석'인 채로 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쳐갔다. 좌석 여유가 있는 버스가 곧이어 도착했지만, 이미 지각이 확정된 시민들은 짜증을 내기도 했다. 박모(38)씨는 "일찍 나오면 나오는 대로 사람이 많고, 늦으면 지각을 한다"며 "지각하랴 회사 눈치보랴 이젠 해탈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출근길 불편이 계속되면서 일부 시민들은 출근을 1시간 늦게 하는 근무형태로 바꾸기도 했다. 서울 명동으로 출퇴근을 하는 김모(46)씨는 "예전에는 서서라도 버스를 탔는데 지난달부터 입석이 금지되면서 출근길이 힘들어졌다"며 "회사에 요청해 10시에 출근하는 근무 형태로 바꿨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지만 이 시간에도 버스가 만차일 때가 많다"며 "안전 문제 때문에 입석을 금지시켰다면 그만큼 배차도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입석을 금지하고 있는 광역버스는 1100여대로, 경기도 전체 공공버스(2천여대)의 절반에 달한다. KD운송그룹은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입석 운행을 중단했다. 입석 승차는 금지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동안 버스업체들은 출퇴근 시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입석을 용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