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돼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에 출석한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기소한데 이어 박 전 원장까지 소환하면서 5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14일 오전 10시 박 전 원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7월 국정원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지 약 5개월 만이다. 당시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첩보 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한 정황이 있다며,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2일 서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살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피격 다음날 새벽 1시쯤 1차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뒤 국정원은 첩보 보고서 등 자료 46건을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이후 서훈 전 실장으로부터 '보안 유지'를 당부받고, 국정원 문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그동안 전·현직 국정원 간부를 조사하면서 국정원에 삭제 지시가 전달된 시점을 1차 관계장관회의 이후 오전 9~10시쯤 열린 국정원 정무직 회의로 특정했다고 한다.
다만 박 전 원장은 "서훈 전 실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에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철저히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SNS에 "검찰 조사에 사실대로 진술하겠다. 어떤 경우에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답게 행동하겠다"며 공개 출석을 예고했다.
박 전 원장의 소환 조사까지 이뤄지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막바지 국면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원장과 함께 이번 사건의 또다른 '윗선'으로 고발된 서훈 전 실장은 이미 지난 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원장도 이날 조사 이후 연내 기소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수사가 이들을 넘어 최정점인 문재인 전 대통령에까지 뻗어갈지는 미지수다. 수사팀은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실장과 함께 문 전 대통령에게 사건을 최초 대면 보고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전날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