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물가와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내년 경제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세상이 험난해도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며 창업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내 사업을 하겠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골목창업학교'를 수료하고 야무지게 준비해 사장이 된 사람들. 우리동네 제일의 빵집 또 꽃피는 불광천변의 '핫플레이스'를 꿈꾸는 두 사장님의 겨울나기를 들여다봤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가치를 나누는 공간이 되길"
지난 8일 찾아간 은평구 응암역 인근 불광천은 날씨처럼 썰렁했다. 가로수 잎은 다 떨어지고 천변을 오가는 사람들도 그닥 많지 않았다.함박스테이크집인 '든든당'을 운영하는 송윤경(42) 씨는 창업 1년을 맞았다고 했다. 처음 문을 연 뒤 고민 끝에 술 판매를 하지 않기로 하고 최종 메뉴를 완성하는데 근 1년이 걸렸다.
"여기가 원래 이자카야 술집이 있던 자리에요. 그러다 보니 간혹 술손님들이 있어요. 하지만 메뉴나 컨셉을 포함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술은 팔지 않기로 했어요"
그는 카페와 식당, 베이커리 직원과 관리자로 8년여 일했던 경험을 살려 창업했다. 주방을 합쳐 10평 크기인 식당은 안온하고 깔끔했다.
브레이크 타임이라 손님이 없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사실 이 시간에 원래 손님이 없다"며 웃었다.
'든든당'이라는 가게 이름에 대해서는 고객 각자의 건강에 맞는 (당을 관리할 수 있는) 요리를 내주는 식당이 되고픈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식당 바로 앞 불광천 산책로가 좋지만 도심 한복판이 아니라 계절을 탈 것 같았다.
"자금 사정도 있지만 원래 이런 곳을 좋아해요. 평온하고 자연이 있는 곳이요.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일터인데 저 스스로 행복해야 되잖아요. 여기 겨울에는 오리도 날아와요. 지금이 약간 비수기이긴 한데 봄이 오면 벚꽃이 멋있게 펴요. 야간 조명도 예쁘고요. 산책하러 많은 분들이 오세요. 고객들이 '쉼'이 있는 식사를 하셨으면 하고 바라죠"
그는 은평구청이 불광천 일대를 핫플레이스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작은 음악회 등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어요. 이벤트에 참여하면 주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티켓이나 무료쿠폰 등을 나눠주는데 주변 상권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돼요. 사실 고객 타켓을 2030 여성분들로 잡았는데 중년 여성분들도 많이 오세요. 메뉴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진솔한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요"
든든당의 주 메뉴는 함박스테이크와 파스타, 샐러드 등이다. 송 사장은 서울 골목창업학교 1기 수료생으로 다양한 요리 실습교육과 경영 노하우 등을 배웠고 지금도 멘토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문가인 대학교수님들과 매칭돼 창업 때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고 교육이 끝났지만 지금도 필요하면 조언을 받곤 해요. 교수님들이 의무가 아니지만 많이 도와주려고 하셔서 감사하죠"
창업 1년을 맞은 그의 포부는 든든당을 식당 이상의 가치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진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 좋더라고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식당이라는 의미를 넘어서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좋은 캠페인에 참여하고 고객과 함께 실천하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가치를 나누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반닦아 1년 이내 2호점 내는 것이 목표"
김도엽(38)씨는 석 달 전 양천구 목동에 빵집 '유어스베이크샵'을 오픈했다.매장 안에서 취식이 안되는 작은 '테이크아웃형' 빵집이지만 고객들한테 상당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자동차업계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선배들의 퇴직후 삶을 보고 창업으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회사를 그만둔 뒤 독일에서 기계나 자동차를 더 공부하려다가 평소에 관심을 두었던 프랑스에서 제빵 기술을 익히기로 마음 먹었다.
유학파 사장님이라 뭔가 다른 건가? 전략과 목표가 분명해 보였다.
"코로나다. 경제위기다 해서 저도 엄청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목표와 계획대로 창업하는게 맞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아무리 어려워도 되는 집은 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다만 처음 창업이라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는 확실하게 내실을 다지려고 해요. 서울시 저리융자를 받아 자금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그는 아직 별도의 직원을 두지않고 아내와 함께 베이커리를 꾸려가고 있다.
"보통 새벽 다섯시반에 일어나서 밤 열시반 열한시까지 일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찍 나와야 오전에 빵을 팔 수 있고 저녁에도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어요. 사실 너무 힘들어서 이달 중으로 직원 한명을 채용하려고 해요(웃음)"
자기 손으로 만든 빵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저쪽에 큰 빵집이 있어요. 목동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곳인데 저희집 찾는 손님들이 여기가 더 맛있다고 하세요. 저희 빵값이 싸진 않거든요. 그런 평가를 들으면 기분 좋죠. 목동 빵집하면 제일 먼저 저희 가게가 떠오를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는 또 "우선 망하지 않는 것, 6개월 내에 사업을 안정시키는 것, 1년 이내에 2호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제 4개월차 새내기 사장이 2호점을 얘기한다는 것이 가당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아직 어찌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또 안될 수도 있지만 분명히 목표인 것은 맞다"고 힘주어 말했다.
야무지게 오랫동안 준비한 창업자의 자신감인가. 그는 거침이 없어 보였다.
청년사업가 양성하는 서울시 골목창업학교 3기까지 배출
송윤경, 김도엽 두 사장은 모두 서울시가 운영하는 골목창업학교 수료생 출신이다.골목창업학교(성수동)에서 창업에 필요한 이론부터 실습과 창업 전후 컨설팅 등 실전형 창업교육을 받았다.
창업학교는 총 13주간 이론교육과 실습교육, 멘토링으로 구성된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한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교육 진행 및 사업계획수립, 자금지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팀도 운영한다.
이론교육은 상권분석부터 브랜딩 마케팅, 인테리어, 주방동선, 노무 세무까지 진행되는데 올해부터는 외식업과 브랜딩 분야 전문가들이 준비부터 실행까지 단계별로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밀착 지원프로그램도 추가했다.
실습교육은 전문가가 교육생의 레시피를 1대1로 코칭하고 오너셰프로서 숙련도를 높일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해준다.
모든 과정을 수료한 교육생에게는 최대 7천만원의 창업자금도 저리로 융자해준다.
창업학교는 작년 7월 개소후 이달까지 3기수 총 55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강남태 서울시 소상공인담당관은 "골목창업학교는 청년예비창업자들의 창업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창업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