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국회가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본회의를 열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처리했습니다. 문제는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하나의 안에서 끝나지 않고 국정조사와 예산안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정치부 오수정 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오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가 됐는데, 먼저 여기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이 나왔나요?
[기자]
대통령실은 오늘 오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처음으로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입장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건데요.
사실 해임건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말 그대로 국회의 '건의' 차원인 만큼 따로 해임건의안에 대해 수용이냐 아니냐의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선 진상규명 후 책임'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어제 본회의에서는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가 고성을 지르고 삿대질 하고 거칠게 맞붙었는데 오늘까지 국회에서 신경전이 이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 부산을 찾아서 현장회의를 열었는데요. 이상민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국회사의 오점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말로 들어보시죠.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어제 민주당은 이상민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했습니다. 국회사의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석으로 힘자랑만 자랑하는는 민주당의 입법전횡, 국정 딴지걸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대통령 후배 장관 한 명 지키겠다고 집권 여당 전체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하면 몰염치한 몽니를 부리는 모습은 정말 낯부끄럽고 개탄스럽습니다."
[앵커]
지난달에 여야 합의로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때문에 파행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걸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직후에 여당 소속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전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양당이 국정조사에 합의했을 때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한다, 이렇게 합의를 했었는데요. 여당 특위 위원들은 이상민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이 합의가 파기된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지도부와 상의해 결정하겠다면서 즉답은 피했는데요. 여당 입장에서는 아직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시점이잖아요. 그러니까 주호영 원내대표가 예산안 협상 때 야당이 협조를 잘 해주면 국정조사에도 우리가 협조를 할 수 있다는 협상카드로써 사직서를 아직 손에 들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결국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예산안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형국인데. 예산안 협상은 지난주에 이미 법정시한을 넘겼고, 국회의장이 다시 제시한 데드라인이 15일잖아요. 그때까지는 가능한 겁니까?
[기자]
오늘로 데드라인이 3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15일까지도 합의가 불투명해 보입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오늘 점심을 함께 하면서 협상을 이어갔는데 주요 쟁점마다 입장차를 좁힌 곳은 없어 보입니다. 역시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곳은 법인세인데요. 현행 25%인 법인세를 22%로 낮추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 말로 들어보시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우리는 투자 유치를 위해서 세금을 낮춰야 된다고 하는데 소위 부자 감세를 피하면서 투자 유치를 촉진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앵커]
민주당은 15일까지 예산안 처리가 안 될 경우에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네요? 야당 단독 수정안 처리,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기자]
가능은 하지만 전례는 없는 일입니다. 감액만 이뤄진 야당 단독 예산안은 정부 동의 없이도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 처리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늘 국민의힘의 법인세 인하 주장을 '초부자감세'로 규정하고 서민 관련 예산을 늘릴 수는 없지만 이른바 '국민감세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마지막 방법으로, 한꺼번에 올라온 예산 관련 부수 법안. 소위 조세 부담 관련 법안들에 대해서 저희가 서민, 중산층들을 위해서 국민 감세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야당은 오늘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 감액 중심의 단독 수정안을 설명했습니다. 감액 규모는 약 1.7조원 규모인데 14일 오전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정안을 단독으로 발의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말씀하셨던 것처럼 예산안은 정부의 동의 없이는 감액만 가능한 거잖아요? 만약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처리되면 내년도 나라 살림에 차질이 생기진 않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이 오늘 발표한 단독수정안도 증액 부분은 반영하지 않고 반드시 깎아야 하는 예산감액분만 산출된 안인데요.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증액안에 대해서는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증액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 이렇게 말하기도 했는데요.
정말 야당의 단독 수정안이 강행될 경우에 내년도 예산 곳곳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감액만 해도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수많은 사업들과의 회계 조정이 필수적인데 정부와 협의 없이 진행되는 예산은 감액만이라고 할지라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도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미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예산안까지 강행하기에는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남은 3일 동안의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