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특명받고 野 찾은 한덕수…입장차만 확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훌쩍 넘기며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처리, 혹은 준예산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정부측 대표로 더불어민주당을 찾았지만 결국 입장차만 확인하며 빈손으로 돌아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시작부터 예산안 관련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한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민생위기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럴때일수록 위기에 취약한 서민.중소.중견기업을 보호해야 하고 경제적 강자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양극화 완화와 경제회복에서도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현재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다주택자 세금감면, 주식양도소득세 기준 상향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정부의 성공위해 협력하겠다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다"면서도 "책임야당으로서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꼭 해야될 일, 절대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질세라 한 총리 역시 이 대표가 문제 제기한 사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건전 재정성 바탕 아래서 최대한 민생을 돌보고 서민을 돌보고 사회적약자를 돌보는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특히,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관련해서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김 의장이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1~2% 인하하고, 이를 3년간 유예하는 중재안을 제안하자 여당은 수용 의사를 내비쳤지만, 야당은 중재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꽉막힌 예산정국을 풀기위해 윤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이 대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12월 임시국회에서 국정과제 및 민생현안 법안들이 최대한 처리될 수 있도록 각 부처에서는 마지막까지 여야 의원들에게 법 취지 등을 최대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야당 의원들의 입장 번복으로 부결된 한전공사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를 찾은 한 총리의 이날 발언도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거의 일치한다. 다만, 예산안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나 이를 들고 국회를 찾은 한 총리의 발언이나 기존 정부여당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협상의 열쇠가 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이날 한 총리가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분이 3천억원에 그친다고 설명하자 이 대표는 " 그거밖에 안되니까 원칙에도 어긋나고 양극화도 심화시킨다는 초부자감세를 포기하는게 합당하지않냐"라며 오히려 정부여당의 양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한 관계자는 "통상 여야 대치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야당 대표를 찾았을 때는 무언가 진일보한 협상 카드를 가지고 오는데 한 총리는 이미 공개된 윤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내용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면서 이번 예방이 애초부터 성과를 내기 힘든 자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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