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정국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감세안까지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향후 여야 협상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향후 협상에 실패해 민주당이 오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한다면, 사실상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도 파행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돼 연말 정국이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민생카드' 뽑아든 野, 단독 수정안도 불사
민주당은 여야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오는 15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단독 수정안을 표결처리 하겠다며 강공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자체 마련한 수정안은 정부 예산안에서 2조원 남짓 감액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을 추가로 삭감해 지역화폐 사업, 서민 임대주택 등 이른바 '민생 예산'에 들어갈 예산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2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서민과 중산층들을 위해서 국민 감세를 하도록 하겠다"라며 "우리가 다수당이기 때문에 책임지는 자세로 새로운 (예산) 협상이 합의되지 않으면, 민주당의 독자적인 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민생'을 강조한 이 대표는 13일부터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도 시작한다.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보고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등에 관해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인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것도 '민생 강조'와 맥을 같이 한다. 민주당은 3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법인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깎아주는 것을 '초부자 감세'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슈퍼대기업을 뺀 법인세 감면은 아예 필요 없고, 민생예산 증액도 안 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초부자 감세'만 외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라고 몰아세웠다.
정부·여당도 '법인세 양보 불가' 방침…국조 파행?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먼저 민주당의 국민감세안과 관련해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런 것(국민감세안)들까지 다 해서 (민주당과) 토론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수정안을) 처리하면 되겠나"라며 예산안과 관련해 야당과 충분히 협의할 의사는 있지만, 민주당의 단독 수정안 강행은 경계하는 눈치다.
대통령실도 완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은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중심의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초당적 협력과 조속한 처리를 간곡히 당부한다"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처럼 법인세 문제 등으로 여야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5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핼러윈 참사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도 파행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가 예산안 통과 이후 (국정조사를) 한다고 돼있다. 예산안 (협상이) 어떻게 될지 봐가면서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이 단독으로 자체 수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국정조사가 파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1일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국정조사가 무의미해졌다고 판단하고 전원 사표를 낸 상태다. 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야3당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참여를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