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 표결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따라 여야가 앞서 합의한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파행은 물론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는 휴일인 11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총 투표수 183표 중 찬성 182표, 무효 1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표결 직전 반발해 집단 퇴장하면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왜 국정조사도 하기 전에 행안부 장관부터 해임을 해야 하나. 책임자 처벌이 먼저 된다면 국정조사를 왜 해야 하나(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이 장관에 대한 파면 등 직무배제로 경찰의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고, 장관의 권한을 악용한 수사 방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라며 해임건의안 처리를 관철시켰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핼러윈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고, 지난 8일 본회의에서 정식으로 보고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따라서 표결 시한은 이날 오후 2시까지였고 민주당은 자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을 압박해 휴일임에도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의 후폭풍으로 앞서 여야가 합의했던 핼러윈 참사 관련 국정조사는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해임건의안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전원 사퇴의 뜻을 밝히는 등 국정조사 보이콧 수순에 돌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하고 국정조사도 끝나기 전에 이렇게 해임건의안을 의결해 버렸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무용하다', '국정조사가 정쟁에 이용될 뿐'이라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도 "예산안 합의 처리 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합의 자체가 파기됐다고 생각한다"며 "오늘(11일) 아침 원내대표에게 국정조사 특위 위원 전원 사퇴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의 원인제공자로 정부여당을 지목하는 한편, 국정조사와 해임건의안은 별개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장관 한명 지키려고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입법부 권능을 땅에 내팽개치는 국민의힘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해임건의안 때문에 국정조사를 못한다는 것도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여야가 다시 극한 대립 모드에 돌입하면서 이미 법정시한(12월 2일)을 한참 넘긴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단 여야는 전날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오는 15일까지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법인세 인하와 지역화폐 예산 등을 놓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쟁점을 좁히려는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의견 차이가 너무 크고 그 다음에 접근할 만큼 접근했기 때문에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협의로서 좁혀지기는 쉽지 않은 그런 상황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기간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예산안을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15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5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이 제출한) 수정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날 진행된 여야 협상에서 민주당은 11일 본회의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수정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15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