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가 쓰레기장입니까?"

12·12 주역 유학성씨 묘소관람 둘러싸고 대학생-경찰 몸싸움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묘비를 한 번 보자''는 대학생. 시민단체와 묵묵부답 ''안된다''는 경찰과 군인들이 맞붙은 것이다.

6.15 국토순례단인 대학생 50여명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찾은 곳은 장군묘역에 안장된 김창룡(육군준장)의 묘.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오래전부터 ''김창룡이 일제시대때 독립투사를 잡는데 앞장섰고, 김구 선생 살해를 사주한 주범''이라며, 이장을 주장해왔다.

이규봉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단지 ''장군''이기 때문에 이 순수한 현충원에 묻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민족적 불행을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김창룡의 묘를 에워싸고 있는 경찰과 군인들의 높은 벽에 막혔다.

이어 이들이 발길을 돌린 곳은 12.12 쿠데타 주역인 유학성(육군대장) 묘.


유학성씨는 12.12 쿠데타 주역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 2주전 사망해 1997년 4월, 이 곳에 안장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1일, 전두환 前 대통령과 이순자씨 등이 유학성씨 등의 묘를 참배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이유탓인지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묘를 찾기 전 경찰과 군인들은 유학성의 묘 앞에 놓여 있던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조화를 서둘러 묘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는 역시 유학성의 묘 주변으로 인의 장막을 쳤다.

참배객들(?)의 묘비 접근은 또다시 불발로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앞서 경찰과 군인들이 치워놓은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의 조화 2개를 부쉈다.

조화 파손을 막으려는 경찰.군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몸싸움도 벌어졌지만
"조화도 시설보호를 요청했냐"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경찰과 군인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한 대학생은 "국립묘지는 신성한 곳인데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지, 국립묘지가 쓰레기장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누구는 쓰레기를 이 곳에 놓았지만, 우리는 쓰레기를 치우고 간다"며, 파손돼 나뒹굴고 있던 조화를 학생들과 함께 주운 뒤 장군 묘역을 나섰다.

민주노동당 민병기 정책국장은 "총칼로 역사를 찬탈한 민주주의를 짓밟은 사람들이 이 곳에 있다는 것은 역사의 심각한 왜곡일 수 밖에 없다"며, "국립묘지령 등을 국회차원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해서 죽어서도 그 죽음이 명예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민족문제 연구소와 6.15 공동위원회 대전.충남본부, 민주노동당 등 대전 지역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 80여명은 이에 앞서 대전 현충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묘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CBS 대전방송 정세영 lotra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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