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한국서부발전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망 4주기를 맞았다. 이번 추모의 구호는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하다 죽는'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엄격한 적용과 기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해당 법률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156건에 달하지만, 이중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례는 23건, 기소된 사건은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추산 올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83건, 사망자는 51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망자는 8명이 늘어났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효과가 미비한 셈이다.
고(故) 김용균씨 4주기 추모주간이 시작된 지난 5일에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올림픽대교 공사 현장에서 60대 남성 작업자가 공사차량에 깔려 숨졌다. 해당 공사는 400억 대 규모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상시근로자 50명 이상 혹은 공사금액 50억 이상 규모 사업장)이다.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및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도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신축공사장 지하 4층에서 저수조 방수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작업자 2명이 작업을 하던 중 페인트 희석제에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공사 또한 100억원 대 규모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지난달 26일에는 경기 화성 팔탄면의 한 공장 신축 공사장에서 데크 설치 작업을 하던 작업자 40대 초반 남성이 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등을 수사 중이다. 해당 사고현장은 4억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아니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재판 증언대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죽음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며 "정부가 반노동을 외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시키자는 메시지 때문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처벌이 요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해당 법률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156건(165명 사망)에 달하지만, 이중 고용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례는 23건, 기소된 사건은 4건에 불과하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손익찬 변호사는 "지난 6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최초 송치된 삼표시멘트의 경우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검찰에 송치가 된 이상 기소가 어렵지 않다고 보이는데 송치에서 기소까지 걸리는 시간이 장기화되는 측면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엄격한 적용과 기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용균씨 4주기인 10일 오전 김용균 4주기 추모위원회를 비롯한 5개 단체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모제를 연 뒤, 오후엔 서울 종로구 종각 인근에서 추모문화제를 이어나갔다. 주최 측은 "김용균들인 우리들은 아직 살아서 이 자리에 있지만 아직 우리는 평안할 수가 없다"며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바라는 김용균들 모두가 같이 만나고 싸우자"고 외쳤다.
김씨를 대리해온 박다혜 변호사는 "하루 평균 여섯명의 사람이 날마다 일터에서 떨어지고 끼이고, 깔리고, 숨막히고 병들어 죽는다"며 "재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받는 불이익인 '목숨값'이 안전, 보건비용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이런 죽음이 계속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노조법 개정을 통한 노동3권 실현 등을 요구한 뒤 행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