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F-21N도, 중형 항모도 "할 수 있다"…남은 과제는?[안보열전]

항공모함 함재기 국내 개발 가능성 연구 "할 수 있다"
KF-21 기반으로 한 'KF-21N'…항모 크기도 커져야
아직 절차 많이 남았지만 항모 사업 커질 가능성 높아
나름 타당한 이유는?…차후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하지만 중형 항모 운용 쉬운 문제 아냐…격론 오갈 전망

지난해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해군이 공개한 경항공모함 모형. 미 해군의 아메리카급,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처럼 평갑판 형태다. 같은 행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제시한 형태도 이와 비슷하다. 김형준 기자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경항공모함' 사업이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함재기를 KF-21 보라매 기반으로 국내개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중형 항공모함으로의 변화가 힘을 받는 모양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방위사업청이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맡겨 진행하는 '함 탑재용 전투기 국내 연구개발 방안' 연구용역에서 항공모함 함재기를 국내 개발할 수 있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엄동환 청장도 이날 해당 사항을 보고받았지만, 방사청은 관련 질문에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어 아직 결론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항공모함은 함재기가 주력이 되는 군함이므로, 운용 개념과 함재기에 따라 함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한 경항공모함에서 중형 항공모함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장점도 많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아 파문이 예상된다.

'중항모로 가느냐' 묻는 국회의원에 합참의장 "연구 필요"…그 연구, 마무리 단계


지난 2020년 12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가 결정된 경항공모함 사업은 아직 그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기본설계 예산 72억원이 통과됐지만 정작 기본설계 입찰공고조차 아직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군 당국은 함재기를 국내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해야 기본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취재 결과 바로 그 용역에서 최근 '개발 가능'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미 해군의 니미츠급 정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바로 옆에 정박한 함정은 우리 해군의 독도급 대형수송함(강습상륙함) 마라도함, 우리 해군의 포항급 초계함을 칠레 해군이 공여받아 운용하는 기세함. 김형준 기자

항공모함 함재기 이착함 방식은 크게 CATOBAR, STOBAR, STOVL 3가지로 나뉜다. CATOBAR란 강한 힘으로 함재기를 바다로 날려보내는 캐터펄트(사출기)로 이함하고 전투기에 달린 어레스팅 기어를 항공모함 와이어에 걸어 착함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니미츠급과 프랑스의 샤를 드골급 등에서 쓰인다.

STOBAR란 캐터펄트 없이 스키점프대에서 단거리 활주를 해 이함하고 어레스팅 기어로 착함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과 중국의 001형(랴오닝함), 002형(산둥함) 등에서 쓰이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31일 동해 남부 해상을 찾은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함. 스키점프대를 갖추고 있지만, 함재기인 F-35B는 STOVL 방식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수직이착륙전투기를 운용한다면 단거리 이륙해 이함하고, 수직으로 착함하는 STOVL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미 해군에서 F-35B를 탑재해 경항공모함으로 쓰이는 와스프급 또는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이 이 방식을 사용한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도 F-35B를 운용하는데 스키점프대가 있는 함정에서 STOVL 방식으로 운용한다. 크기도 경하배수량 6만 5천톤 정도로 큰 편이다.

우리가 유력하게 검토하던 안도 F-35B 20대 남짓을 탑재하는 STOVL 방식 경항모로, 경하배수량 기준 3만톤급이다. 해군 또한 그전에 있던 가장 큰 함정이 1만 4500톤 규모의 독도급 대형수송함(강습상륙함)이라는 점과 함께, 처음부터 중형 항모를 운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공군에서 F-35B를 운용하는 방식의 경항공모함이 바람직하다는 기류였다.

하지만 연구용역 결과대로 KF-21을 기반으로 함재기를 개발한다면 CATOBAR 또는 STOBAR 방식을 채택하는 일이 불가피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항모가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군은 국산 함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이 경하배수량 기준 4~5만톤급 중형 항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러면 러시아의 어드미럴 쿠츠네초프급이나 이를 기초로 한 중국의 001형과 비슷한 크기가 된다. 항모는 10~15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므로 필요에 따라서는 더 커질 수도 있다.

KF-21 보라매 1호기가 이륙하는 모습. KAI 제공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그전부터 감지됐었다. 9월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함재기 국내 개발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개발한 KF-21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맞느냐'고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에게 물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에 대해 "예"라고 답하며 "개발해서 함재기로 가능한지를 지금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KF-21은 수직이착륙이 안 되는 기종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경항모가 아니고 중형 항모로 추진한다고 보면 되느냐'고 김영배 의원이 재차 묻자, "아무래도 전반적인 운영시스템 구조가 변경돼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영배 의원이 다시 '만약 KF-21을 함재기로 선택한다고 하면 경항모가 아니고 중형 항모를 추진한다 이렇게 결론이 난다고 봐야 되는 것이냐'고 묻자, 김승겸 의장은 "그것 또한 같이 검토가 필요한 사항인데 현재 사이즈로는 수직이착륙기 이외에는 제한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이즈'란 기존에 해군이 추진하던 경하배수량 기준 3만톤급 경항공모함을 뜻한다.

다만 이 답변에 대해 김승겸 의장은 회의 말미에 발언을 요청해 "국내 개발 함재기와 관련해 설명을 드리는 가운데 중형 항모로 갈 수 있다는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며 "연구용역 결과로 항모의 변경사항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확정적으로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고 정정했다.

김승겸 의장이 언급한 바로 그 '연구용역'이 KF-21을 기반으로 한 함재기 국내 개발로 결론지어졌으므로, 이는 중형 항모로의 변경 가능성이 가시화됐음을 뜻한다. 다만, 연구의 최종 결론을 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해 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된 경항공모함 사업추진기본전략 변경 등 많은 과정들이 아직 남아 있기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

F-35B 유력 검토됐지만 방향 튼 이유는?…"우리 맘대로 못한다"

퀸 엘리자베스함에서 이함하고 있는 F-35B 전투기. 사진공동취재단

연구용역 결론도 나름대로 타당성은 있다. F-35B는 미군이 이미 사용하는 만큼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잘 알려진 문제점으로, 수직이착륙전투기라는 특성상 무장과 연료 탑재량이 적으며 기술적으로 개발과 정비 등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다. F-35는 처음부터 A형(공군)과 B형(해병대) 그리고 C형(해군)이 함께 개발됐는데, 개발 기간을 늦춘 주범이 바로 B형이다.

물론 수직이착륙전투기 특성상 임무를 끝낸 전투기가 금방 착함하고 연료와 무장을 보급받아 다시 날아갈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소티(sortie, 출격횟수) 생성률이 높다'고 한다.

F-35B는 미국의 최신예 기체인 만큼 우리가 보안상 제약을 받는 부분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과 호주에서만 창정비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미국 보안규정에 따라 항모의 비행브리핑실, 무장탑재실, 정비실 등 공간이 특별보안구역으로 설정된다. 이뿐만 아니라 A와 B 두 기체 모두 우리가 원하는 무장을 마음대로 장착해 쓰기 어렵다.

전투기에 새로운 무장을 달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이라고 불리는 통합 과정이 필요하다. 컴퓨터로 비유하면 본체 안에 하드웨어를 새로 바꿔 달고, 거기에 맞는 드라이버를 장착하는 일이다. 그런데 F-35는 미국 기체이며 보안규정도 엄격한 만큼 외국에서 사오든 자체개발하든 우리가 필요한 무장을 원활하게 장착해서 쓰기 어렵다.

DX 코리아에서 공개된 KF-21N 모형. 날개 면적이 늘어난데다 주날개는 접힐 수 있게 바뀌었고, 랜딩기어도 강화됐다. 날개에는 초음속 공대함미사일 모형도 달려 있다. 김형준 기자

KF-21을 기반으로 한 함재기, 즉 KF-21N을 개발한다면 이런 제약은 없어진다. F-35가 성능 좋은 스텔스 전투기이긴 하지만, 국내 개발 함재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F-35B엔 공대함 공격 능력이 없는데, 지난 9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코리아)에서 KAI가 공개한 KF-21N 모형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는 초음속 공대함미사일 모형도 함께 장착돼 있었다. KF-21N이 실제 개발되면 해상전투를 주 목적으로 하는 전투기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장착을 추진할 전망이다.

KF-21N은 KF-21과 비교해 몇 가지 부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데, 먼저 착함할 때 저속비행이 필요한 관계로 주날개 면적이 20%, 꼬리날개 면적이 30% 늘어난다. 이에 따라 연료탑재량도 1600파운드 정도 증가한다. 항공모함이 CATOBAR 방식이 된다면, 미국의 최신예 전기식 캐터펄트(EMALS)를 이용할 수 있게 랜딩기어도 보강해야 한다. 개발 기간은 6~7년으로 예상된다.

항모에서 이함하는 프랑스 해군의 라팔M 전투기. 라팔의 함재기 버전은 처음부터 공군형과 함께 개발됐다.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사실 이미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으니 차제에 함재기도 같이 만들면 여러 모로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는 해군형과 공군형이 함께 개발됐고, 현재 샤를 드골급 항모에서 함재기로 쓰이고 있다.

넘어야 할 산 한두개 아닌데…제대로 갈 수 있을까?

문제는 중형 항모의 전력화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먼저, 보다 큰 배를 건조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경항모조차 '가격 대 성능비'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중형 항모도 이런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력 도입은 전략적 필요성을 기반으로 하므로, 중형 항모가 필요한 전략적 이유가 무엇인지 정교한 논리를 만들어야 여론과 국회 등을 납득시킬 수 있다. 물론 '이왕 항모를 건조할 테면 중형 항모가 낫다'는 목소리도 꽤 있었지만, 운용 난이도가 만만치 않은 탓에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군은 F-35B든 KF-21N이든 함은 해군에서 운용하고, 전투기는 공군에서 운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CATOBAR나 STOBAR 방식 항모에서 운용되는 함재기는 기존의 공군 전투기들에 비해 착함 난이도가 높고, 운용 개념도 상당 부분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KF-21N을 운용하는 공군 조종사들이 기존 통상이착륙(CTOL) 외에도 추가적인 훈련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조종사를 해군에 뺏긴다'고 인식하는 공군의 반발 역시 예상된다.

프랑스 해군의 샤를 드골급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영국의 사례를 보면 항모를 오랫동안 운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함재기로 F-35B만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수직착륙은 난이도가 높지는 않다. 다만 이는 퀸 엘리자베스급 건조 당시 F-35C 탑재도 검토됐다가 예산 문제 등으로 무산된 결과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해군 내부에선 '중형 항모를 운용하게 되면 좋긴 하지만, 운용 개념이 기존 경항공모함과 전혀 다르게 바뀌게 된다'며, 처음부터 준비를 다시 해야 하니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아예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CATOBAR 방식을 택한다면 함의 추진력과 함께 전기식이든 증기식이든 캐터펄트가 잡아먹는 막대한 출력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증기식 캐터펄트를 쓰는 미국의 니미츠급과 프랑스의 샤를 드골급은 이 문제를 원자력 추진으로 해결했고, 중국의 003형은 재래식 추진에 전기식 캐터펄트를 장착하는 방식을 썼다.

한미 원자력 협정 13조는 우리가 미국에서 이전받은 원자력 기술에 대해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자력 추진 방식을 채택한다면 협정 위반이다. 따라서 협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재래식 추진 방식에 전기식 캐터펄트를 장착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미국의 EMALS는 우방국에 판매가 가능하지만, 어떻게 해야 재래식 추진으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지 난이도 높은 기술적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해 MADEX에서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경항공모함 모형. 처음부터 스키점프대 장착을 고려했다. 김형준 기자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형 항공모함은 전투기 이외에도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 우리가 운용할 수 있는 전력의 폭이 넓어진다는 찬성론도 만만찮다. 그렇게 되면 항공모함을 통해 전면전이나 국지전 이외에도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좀더 많은 역할을 맡을 수 있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까지 통합하는 미국 국방전략의 핵심 개념인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에도 부합한다는 맥락의 얘기다.

어쨌든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함재기의 방향이 크게 영향을 받고, 그 연구용역에서 KF-21을 기반으로 국산 함재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항공모함 사업 추진 방향에 있어서 상당 수준의 변화와 관련된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논쟁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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