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 사실상 무산…여야 주말 협상 관건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정치부 김기용 기자


[앵커]
국회 소식으로 이어갑니다. 오늘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거든요. 아직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안됐습니다. 아마도 오늘 안에 접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결국 시한을 넘겨서 주말에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자세한 상황 국회 출입하는 김기용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처리된 적은 한 번도 없다던데, 지금 뭐가 문제인 건가요?
 
[기자]
네, 지금 이 시간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사실상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는 무산된 모양샙니다. 이제 임시국회로 공이 넘어갈 것 같은데요. 여야는 원래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늘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 이전을 비롯한 주요 쟁점 예산은 물론 법인세율 인하 등 예산부수법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특히 법인세가 문제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박홍근 원내대표,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정부 여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윤석열 정권의 사적 가계부쯤으로 삼아 민생 경제는 아랑곳없이 오직 윤심만 살핍니다. 서민 민생 예산의 재원 마련을 위한 감에게는 계속 철벽을 치면서 정작 극소수 초부자 슈퍼 부자들을 위한 감세는 칼같이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돈 없고 힘없는 서민은 안중에 없고 오직 슈퍼 부자의 입장만 대변하는 특권 세력 아니겠습니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앵커]
초부자 감세는 못 받는다. 국민의힘은 어떤가요?
 
[지가]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어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거잖아요.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요청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 발언 들어보시죠.
 
[주호영 원내대표, 9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대화와 타협, 양보를 통해 특히 민주당이 새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새 정부의 계획 하에 하는 여러 가지 정책사업, 예산사업들을 적극 도와주길 바랍니다. 정권을 잡고 있을 때 하지 못한 일을 정권 잃고 이제 새로 하겠다고 하는 건 몽니이고 잘못된 것입니다."
 
[앵커]입장차가 심한데, 김진표 의장 입장에선 하필 자기가 의장일 때 회기 내에 예산처리가 안 되는 그런 상황이잖아요.
 
[기자]
네, 그래서 김진표 의장이 직접 나서서 중재안을 제시했는데요. 법인세를 현행 25%에서 22%로 내리는 정부안을 통과시키되, 시행 2년간 유예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최고세율을 절대 낮출 수 없다며 요지부동입니다.
 
[앵커]
시행을 유예하는 건 조삼모사 아닌가요?
 
[기자]
분명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 민주당이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는 이유 속에도 그런 게 다 포함돼 있을 거고요. 다만, 예산안 처리 시한이 임박한 만큼, 국회의장 입장에서 일단 급하게라도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정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예산 감액을 놓고도 여전히 대립 중이라고요?
 
[기자]
네, 예산안 감액 규모를 놓고도 여야가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감액할 수 있는 마지노선 금액을 2조6000억원으로 설정하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목표로 이미 20조원 넘게 허리띠를 졸라맨 만큼, 국회에서 감액 규모를 더는 키우지 말자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예산안 감액 규모를 최소 5조1000억원으로 못 박고 있습니다. 두 배는 더 줄여야한다는 거죠.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을 줄여 임대주택·지역화폐 등, 이른바 '이재명표 민생 예산'에 반영해야한다는 겁니다.
 
[앵커]
주말에도 협상이 계속 이어지겠군요.
 
[기자]
네. 최소 현재 시급한 예산안 감액 규모만큼은 우선 합의점에 도달하려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갈등이 첨예한 법인세 같은 예산부수법안은 당장 주말 사이 타협이 힘들 거란 관측도 있고요.
 
[앵커]
지금 예산안 진통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도 맞물려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사실 이게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라는 외생변수까지 맞물리면서 예산안 최종 협상이 안개에 쌓인 건데요. 민주당이 특히나 오늘 꼭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한 것도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진표 의장은 여야 합의를 우선 전제로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아직 시간은 6시간 정도 남아있긴 한데, 사실상 오늘 본회의 개의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주말 내내 여야가 예산안 협상을 이어간 뒤, 일요일 오후에 본회의를 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해임안 처리 시한이 있으니까 일요일에는 꼭 열어야하는 상황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애초 민주당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 의장이 여야가 예산안 합의도 못한 상태에서 본회의를 여는 걸 주저했고, 결국 어제서야 열어줬죠. 민주당은 어제 본회의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보고했는데요, 이게 보고된 이후 72시간 내에 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쳐야지, 안 그러면 안건이 자동 폐기됩니다. 실제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았고요. 어제 오후 2시에 보고 했으니까 이번 주 일요일 오후 2시가 데드라인입니다.
 
[앵커]
그런데 일요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면 예산안이 또 난항을 겪지 않을까요? 민주당이 이 시점에 이상민 장관 해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예리한 지적입니다. 민주당은 지금 핼러윈 참사 관련 책임자 처벌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국정조사도 다음 주부터 본격화할 거고요, 당 자체 TF팀에서 검증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민주당은 지난 2일 해임건의안을 상정할 기회를 한 차례 놓쳤습니다. 결국 다시 의총을 열어 어제 가까스로 해임건의안을 보고했는데, 만약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정작 통과가 안 된다면 지지자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죠. 그리고 정부·여당을 견제할 카드 하나를 잃게 되는 겁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에 대한 다음 문책 수단으로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검토하고 있어요. 해임건의안 단계에서 물러설 순 없을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국민의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국민의힘은 예산안부터 처리하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지금까지 주장해왔죠. 그런데 민주당이 국정조사는 뒤로 미뤄줬는데 갑자기 이 장관 해임 카드를 들고 온 거에요. 국민의힘은 해임안이 국정조사와 다를 게 뭐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감추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계속 반발하고 있어요. 이에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 카드는 원래부터 주장해왔던 거다, 그리고 이 장관이 자연인 신분 상태에서 국정조사를 받아야 거기 출석하는 증인들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 더 확실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 관련 기자간담회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앵커]
그렇군요. 그럼 다시 예산 문제로 돌아와서, 민주당의 필살의 카드는 없나요?
 
[기자]
민주당은 최종 협상 결렬 시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오늘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 본회의에서 자동 부의된 정부안을 부결시키고 자신들이 만든 수정안을 단독으로 가결시킬 계획이었는데요. 169석이라는 과반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겐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긴 합니다. 그런데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니 이것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죠. 그리고 사실 부담감도 있어요. 이미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예산안까지 여당 동의 없이 밀어붙이기엔 눈치가 보이겠죠. 거대야당의 독단 프레임만큼은 최대한 피하고 싶을 겁니다.
 
여기까지 김기용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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