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상시화와 적용 분야 확대를 목표로 화물연대가 시작했던 총파업이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과 참여자 감소로 인한 동력 부족으로 16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일단 제도를 이어가자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움직였지만 당초 3년 연장안을 제안했던 정부가 상황이 달라졌다며 자신들이 제안했던 안을 반대하고 나서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2만6144명 중 13.67%인 357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61.85%인 2211명이 찬성해 총파업 종료와 현장복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파업기간은 2003년 2차 총파업 때와 같은 16일로 화물연대 기준 최장기간과 같은 시간 투쟁에 나섰지만 요구 사항을 하나도 관철하지 못한 채 스스로 파업을 종료함으로써 다소 무기력하게 끝이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열악한 운행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차주들의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는 명분으로 투쟁에 나섰지만,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 핵심 산업분야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점이 명분을 희석하게 만들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해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발생한 출하 차질 피해는 3조원이 넘는다.
오히려 정부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 아래 협상 보다는 '무조건 현장복귀'를 강조했고, 2차례의 업무개시명령과 명령 이행 여부를 파악하는 현장조사, 차량 운행 차주를 향한 쇠구슬 테러 등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등 강한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강경대응을 주문하더라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등은 노동계와 물밑 접촉에 나서며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역할론이 제기됐지만, 국토부는 원희룡 장관을 중심으로 단일 대오를 형성하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췄다.
이같은 고수위 압박에 파업에 동참했던 차주들 일부가 현장으로 복귀했고,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대형사업장과 공공기관 중에서도 사측과 협상을 마친 서울교통공사 노조나 전국철도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산별노조가 파업에 나서지 않으면서 동투(冬鬪)의 힘이 크게 빠졌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ILO가 정부에 보낸 공문을 ILO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개입'이라고 판단한 반면, 정부는 '의견 조회'라면서 의미를 축소, 강제력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의미를 무색케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노동계에 힘을 실어줬던 민주당이 당초와 달리 우선 일몰을 앞두고 있는 안전운임제를 연장부터 하고 보자며 정부·여당이 제안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면서 파업 동력은 더욱 약해졌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자신들이 제안했던 조건은 운송거부를 시작하지 않는 것 이었다며 지난달 22일 제안했던 조건이 유효하지 않다고 반대에 나서면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 또한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이용해 해당 안건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처리했지만, 본회의에 앞서 법률안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김도읍 의원인데다, 만장일치를 존중하는 관행으로 인해 법사위 통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은 민주당의 단독처리에 "민주당이 또 다시 민주노총의 하수인 역할에 나섰다"며 "이미 효력을 상실한 정부안 처리를 강행하는 이유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 철회의 명분 마련을 위해서라면, 즉각 입법쇼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