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당초 해당 안을 제시했던 국민의힘이 파업을 이유로 '원점 재검토'로 입장을 바꾼 상태라, 현재로써는 안전운임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를 열어 안전운임제를 2025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안은 지난 22일 정부여당의 협의로 애초 제시된 안이었다. 최소한의 임금 보장을 통해 과로와 과적 등 위험한 운수 활동을 막자는 취지의 안전운임제가 올해로 유효 기간이 끝나는 데 따른 것이었다.
화물연대는 그러나 시멘트·컨테이너 분야에 한정된 안전운임제 품목을 철강·유조차 등으로 확대할 것과 완전한 법제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엄청난 국가적 피해'라며 강경 대응을 유지하고 이에 따라 파업 동력이 떨어지자 민주당은 정부여당안인 3년 연장안을 수용했다. 화물연대도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을 끝냈다. 정부여당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이고, 화물연대도 파업을 종료함에 따라 안전운임제 연장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면 되는 수순으로 돌아온 셈이다. 야당은 화물연대의 결정을 '대승적 양보'로 규정하고, 이제 정부여당이 답하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파업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제와서 안전운임 일몰을 3년 연장하자는게 어쩌면 계속 근원적 해결 안되고 도돌이표가 될 수 있다"며 "3년 후에는 또 어떤 식으로 우리 사회가 맞아야할지 봐야한다"고 원점재검토 입장을 확인했다. 민주당이 이날 상임위에서 의결한 3년 연장안에 대해서도 "우리 당에서는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 제도에 대해 논의 시작하면 얼마든 열 수 있는데, 지금 것(3년 연장안)을 가지고 (본회의까지) 처리하자는 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초 정부의 제안은 '파업을 하지 않을 경우, 운송거부를 하지 않을 경우 안전운임제를 3년 간 연장해보겠다'는 것이었다"며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한 순간 정부안은 사라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파업 종료 직전에 같은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정부여당의 원점재검토 기조는 확실하다.
때문에 야당의 주도로 국토위를 통과한 3년 연장안은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워 보인다. 법사위 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법사위에서 최소 60일의 법안 심사 기간이 끝나면 5분의 3 이상의 의결로 개정 법안을 국회 본회의로 넘길 수 있지만, 이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는 만큼 안전운임제 자체가 일몰된 상태가 된다.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까지 국회 절차가 16~24일 사이에 마무리 돼야 국무회의 심의 의결 등 공포까지 밟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 없이 3년 연장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보다 근원적인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