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국힘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다시금 난관에 봉착했다.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고 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보고하고, 이어 9일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해임건의안을 오는 8.9일 본회의 때 처리하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 169명이 동의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처리되지 않으면 무효화 된다. 이에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해임건의안) 보고는 의사국장이 하는 것이고 여야 의원이 없어도 본회의가 열렸다면 보고하는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상정과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와 예산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1일과 2일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한차례 거부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상정 거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김 의장이 친정인 민주당의 요구를 다시금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설사 예산안 처리를 의식해 9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이후 민주당의 요구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는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파행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큰 정치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형편이다. 당장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엄포는 협박일 뿐이며, 누가 보더라도 예산안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예산을 볼모로 삼아 국정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되며 예산안 처리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를 의식해 민주당은 초유의 예산안 단독 처리 카드까지 공식화한 상태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뒤 취재진과 만나 "마지노선(9일 본회의)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정부 원안은 상정될 것이다"라며 "원안에 맞서는 수정안을 단독으로 내서 가결시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쟁점이 다 처리되지 않으면 증액은 포기하더라도 감액 만으로 하는 단독예산안도 저희가 주머니 속에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안 처리 파행이라는 악수까지 감수하며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해외 순방중 막말 논란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거부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당시에도 "진상 규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국정조사) 대상으로 명시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면, (야당은) 국정조사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라며 수용 거부 의사와 함께 국정조사 비협조 가능성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을 거부할 경우에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뒤 "국정조사를 내실 있게 치르고 나서, 그 이후에 까지 여전히 사퇴하지 않고 해임을 거부하고 있으면 탄핵소추로 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의원 다수가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탄핵소추안은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각될 경우 오히려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도의적.정무적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책임을 묻는 해임건의안과 달리 탄핵소추안은 위법이나 범법 여부 만을 따진다는 점에 현 시점을 기준으로는 인용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