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간판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한국과 최종전에서 후반 20분 안드레 실바와 교체됐다. 호날두는 문전에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고 수비에서는 김영권의 득점으로 연결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교체 지시를 받은 호날두는 벤치로 걸어가면서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호날두가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의 교체 결정에 불만을 품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있었지만 산투스 감독은 이를 일축했다.
산투스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가 저리 가라는 식으로 손짓을 해서 호날두가 기분 나빠했던 것 같다"고 했다. 호날두와 마찰은 없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산투스 감독은 스위스와 16강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당시 장면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호날두의 행동에 대한 질문이 재차 나오자 "나는 그 장면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답한 것이다.
이어 산투스 감독은 "하지만 이미 지난 문제다. 내부적으로 해결이 끝났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호날두의 교체 당시 표정과 산투스 감독의 인터뷰는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산투스 감독이 7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에서 열린 스위스와 16강전에서 호날두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9월 공격수 하파 실바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으로 인해 뒤늦게 포르투갈 대표팀에 합류한 곤살루 하무스가 호날두를 대신해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했다.
곤살루 하무스는 스위스와 16강 전까지 A매치 출전 경험이 3경기, 국가대표 총 출전시간이 33분밖에 되지 않는 만 21세의 신예다.
포르투갈의 명문 클럽 벤피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점을 인정받아 대표팀에 합류했고 중요한 토너먼트 무대에서 호날두의 자리를 꿰찼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많은 사진기자들이 포르투갈의 벤치 앞에 몰려들었다. 호날두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16강전을 둘러싼 최대 이슈는 바로 산투스 감독의 과감한 선발 라인업 카드였다.
호날두는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어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5개 대회에서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출전 기회를 충분히 잡지 못한 여파는 분명 있었다. 게다가 월드컵 직전 논란의 인터뷰로 인해 맨유와 결별이 확정되면서 호날두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곤살루 하무스를 선택한 산투스 감독의 용병술은 대성공을 거뒀다.
A매치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이다.
곤살루 하무스는 전반 17분 페널티박스 왼쪽 지역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이 전반 33분 베테랑 수비수 페페의 헤더 골로 점수차를 벌린 가운데 곤살루 하무스는 후반 6분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은 후반 10분 하파엘 게레이루의 추가골에 힘입어 스코어를 4-0으로 벌렸다. 3분 만에 마누엘 아칸지가 스위스의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곤살루 하무스는 후반 22분 자신의 세 번째 골을 넣고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승기를 잡은 포르투갈은 후반 29분이 돼서야 곤살루 하무스를 빼고 호날두를 투입했다. 교체 출전하는 곤살루 하무스를 호날두가 격려해주던 조별리그의 풍경과는 정반대였다.
호날두는 남은 시간 동안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후반 38분 역습 기회에서 스위스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이 취소됐다.
포르투갈은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된 새로운 스타 탄생에 힘입어 스위스를 6-1로 완파했다. 하파엘 레앙이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터뜨려 8강 진출을 자축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대표팀을 둘러싼 관심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은 모로코를 만나는 8강전에서 자존심이 강한 호날두와 물 오른 기량의 곤살루 하무스 중 누구를 선발 출전시켜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