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는 일정이었지만,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특히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는 울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두 차례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모두 현장에서 함께하게 됐는데요. 이상하게 12년 전보다 더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사실 카타르행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도 16강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1승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부상 때문입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안와골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최종명단에 포함됐지만, 과연 경기에 뛸 수 있을까 의문부호가 붙었죠. 김진수(전북 현대) 역시 부상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훈련도 소화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카타르에 들어와서는 황희찬이 햄스트링 통증으로 팀 훈련에서 빠진 상태로 계속 따로 몸을 만들었고요.
하지만 손흥민은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훈련에 임했습니다. 처음 쓰는 마스크가 불편한데도 오히려 동료들을 다독이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모두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같은 부위를 다시 다치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몸을 부딪히고, 또 달렸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 때문이었습니다. 손흥민은 "무리라는 것은 사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무리라고 볼 수 있겠지만, 축구 선수는 항상 위험을 가지고 플레이한다. 어디까지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정도 리스크는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결장한 뒤 "근육이 찢어져도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브라질과 16강에서 다시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의 붕대 투혼도 마찬가지겠죠.
국가대표라는 자부심, 그리고 꿈의 무대라는 월드컵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선수들의 몸을 움직였습니다. 진통제를 먹어가면서도 그라운드에서 뛰도록 말이죠. 그리고 그 투혼은 두 번째 원정 16강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