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 민주노총은 '총파업' 맞불

5일 국무회의서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 심의 예상…정유·철강·석유화학 유력 후보
'국가경제 심각 위기'라고 보기엔 애매한 피해 규모…추가 발동 일단 미룰 수도
민주노총, 정부 압박에 '동시다발' 연대 총파업으로 맞불 선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 화물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집단운송거부) 13일째를 넘어서면서 최대 고비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화물연대를 지지하기 위한 동시다발 연대파업에 돌입해 정부와 노동계의 '강대강'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정유·철강·석유화학 피해 확산일로…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되나

최대 관건은 과연 정부가 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추가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심의하느냐 여부다. 업무개시명령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동할 권한을 갖지만, 그 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미 지난달 29일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어 최근에는 정유, 철강을 중심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특히 전날인 지난 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회의에서 "불법 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화물연대 파업에 관한 정부 대응을 '북한의 핵 위협'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강경 조치'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업계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지난 5일 오후 기준 휘발유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는 96곳, 이 중 57.2%(56곳)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철강업계는 최근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은 규모가 1조원이 넘어섰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출하하지 못한 철강재가 포항제철소는 1만 톤, 광양제철소 1만 7천 톤씩 쌓이면서 '둘 곳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석유화학제품도 출하량이 평시의 20%대로 떨어지면서 출하 차질 규모가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보여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2주차를 앞두며 역대 최장 파업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일 원인으로 볼 수도 있다.

당장은 화물연대에 대한 강경 대응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호재'로 작용하더라도,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부르는 '악재'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가경제 심각 위기' 맞아? 1차 명령 결과도 불확실한데 ILO도 주목…일단 미룰 수도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차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심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우선 현재 화물연대 파업에 의한 경제적 충격이 업무개시명령의 요건을 만족할 수준인지 불명확하다.

업무개시명령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발동할 수 있다. 그런데 '심각한 위기'를 판가름할 구체적인 기준은 법에 규정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비록 휘발유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가 100곳에 육박한다지만, 지난 5월 한국주유소협회에 등록된 주유소는 1만 1064곳으로 9%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96곳 중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모두 완전히 재고가 소진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철강 업계는 출하 차질 규모를 1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기업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화물연대의 파업이 오래 전부터 예고돼 업계도 나름의 준비를 마쳤던데다, 이른 시일 안에 파업이 끝나 운송이 재개돼 정상적으로 출하되기만 하면 실제 매출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미 화물연대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발동됐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법적 공방을 고려하면 정부도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시멘트 업계를 대상으로 발동한 1차 업무개시명령의 결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섣불리 명령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국토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대상자들의 복귀 여부를 이번 주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만약 복귀율이 예상보다 낮다면 업무개시명령을 강행하기도 쉽지 않다.

국제연합(UN)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가 우리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주목해 '개입'하고 나선 것도 잠재적으로 정부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아직 ILO '개입'의 정확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ILO 측의 입장을 정부에 제시해 외교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순한 의견 조회'에 불과하다며 언론의 의미 부여를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불과 1년 전 비준한 ILO 핵심협약인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을 그새 위반했다고 ILO가 해석한다면 향후 상당한 외교적·정치적 압박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민주노총, '업무개시명령' 위협에 동시다발 연대 총파업으로 맞대응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 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민영화 중단, 화물 노동자 총파업 승리'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며 연대 파업으로 맞불 작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6일 오후 서울·경기 등 전국 15개 거점에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총력 투쟁 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연대 투쟁을 선보인 바 있다. 또 건설노조도 지난 2일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동조 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동시다발 총파업에서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은 연대 파업을 벌이고, 쟁의권이 없는 사업장은 총회나 조퇴, 휴가 등을 동원해 사실상의 파업 효과를 노리는 방식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다만 지하철과 철도, 의료 등 주요 산별노조가 사측과 협상 타결에 성공해 총파업 대오가 축소됐기 때문에 파업 규모가 기존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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