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가 충돌했다.
최근 '과거 김만배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 인사에 돈을 건넸다'라며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는 남 변호사의 진술을 김만배 씨가 5일 재판에서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돈을 건넨 적이 없다'는 김만배 씨와 '건넸다고 들었다'는 남 변호사가 충돌하며 이날 재판은 마치 이재명 대표와 검찰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잘 모르죠?" vs "들은 내용"…남욱 진술 신빙성 때린 김만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의 심리로 5일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서 김만배 씨 측은 최근 남 변호사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남 변호사는 최근 석방 직후 계속해 이재명 대표와 김만배 씨를 겨냥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1일 "2014년 지방선거 기간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으로 전달된 금액은 최소 4억 원 이상"이라고 말했고, 또 지난달 25일에는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중 49%를 이재명 대표 측과 반 씩 나누기로 합의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이날 김 씨 측 변호인은 "증인(남 변호사)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 전달된 돈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네. 그렇게 들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씨 측 변호인은 "증인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전달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모르죠?"라고 물었고, 남 변호사는 이에 "네"라고 답했다.
김 씨 측의 추궁은 계속 이어졌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김만배 씨가 '20억 원 중 일부는 사업 자금으로 사용하고, 또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겠다'라고 말한 것을 증인은 들었지만, 실제 전달한 것도 확인했는가?"라고 물었고, 남 변호사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변호인이 "김만배 씨가 언제, 어디서 전달했다고 말한 적 있는가?"라고 재차 질문한 것에 대해서도 남 변호사는 "들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야 하는 김 씨가 남 변호사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동시에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 씨 측은 이후로도 "구체적으로 만난 장소가 어디인지,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 제대로 진술도 못했는데 그 자리에 김 씨가 있었다는 게 맞느냐"라며 남 변호사를 추궁했다.
남욱 "이재명, 씨알도 안 먹힌 건 사실… 밑에 사람들이 다 했다"
앞서 지난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남 변호사는 귀국길에 '이재명 대표는 씨알도 안 먹힌다'라며 포섭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이날 재판에서 해당 발언을 재차 인정했다.남 변호사는 김 씨 측 변호인이 "귀국하며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12년 동안 그 사람 지켜보면서 얼마나 해봤겠어요. 씨알도 안 먹혀요'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이 이재명 대표인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남 변호사는 "인터뷰 워딩 자체는 사실"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공식적으로 씨알도 안 먹혔다"라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또 "밑에 사람이 다 한 것이다"라면서도 "추측이니까 걱정돼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통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정치자금법 위반)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뇌물) 모두 구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