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에 엮이고 이상민에 치인 예산…시한까지 전력 질주

여야, 주말에도 '2+2 협의체' 구성해 예산 협의 들어갔지만
尹대통령 최측근 이상민 장관 거취, 쟁점 법안 해결 없인 예산도 진척 어려워
오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 앞서 원내대표 차원 결단 이뤄지나

국민의힘 성일종·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2 예산안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철규 예결위 간사·성일종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박정 예결위 간사.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시한인 지난 2일을 넘겨서도 국회 문턱에서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다. 여야는 활로를 트기 위해 '2+2 협의체'까지 구성해 주말에도 협상에 들어갔지만, 가시적인 진전은 없다. 본회의 전 원내대표 수준의 협상이 불가피한데, 여기서 협상의 가부를 결정짓는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4일 양당 정책위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로 이뤄진 2+2 협상에서 "예산이 법정 기한 내 처리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기관의 예산 편성은 전년도 기준으로 동액 내지는 감액 편성됐음에도 발목이 잡혀 나아가지 못했단 점에서 대단히 아쉽다"(국민의힘 이철규 간사) "간을 내어달라면 내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쓸개까지 내어달라 하면 합의는 있을 수 없다"(민주당 박정 간사)며 서로에게 날을 세웠다. 협의는 이튿날인 5일에도 이어지게 됐다.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9일이 2차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으로 주어진 만큼 여야 공히 전력 질주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의 해임 건의, 탄핵 소추를 강행할 의지를 보인 것이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에 출연해 "탄핵소추안이 나온 상태에서 예산이 타협에 이르기는 어려울 거라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야 2+2 예산안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쟁점 법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 역시 진척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는 화물자동차법 개정안 등은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안들이다.
 
5일까지 2+2 협의체 수준에서 완료하지 못한 협상의 다음 단계는 양당 원내대표 몫이다. 8·9일 본회의를 앞둔 여야 원내대표가 정무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 장관의 거취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 차원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원내대표 선까지 가야만 전향적인 제안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맞물려서 민주당이 해임 건의를 먼저 꺼낸 뒤 탄핵소추안을 어느 시점에 밀어붙이느냐가 결국 중요하지 않겠냐"(국민의힘 관계자)는 설명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거론되고 있는 예산 항목들은 오히려 여야가 타협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동시에, 탄핵소추안에 대한 민주당의 결정이 전제되지 않고는 주고 받을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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