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자제해라" 관치금융 논란에…소비자 '부글부글'

연합뉴스

"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 못 따라간다고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 당국이 나서서 대출금리 인상뿐 아니라 예적금 금리 인상도 자제하라고 한다. 당황스럽다"

은행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융업계의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해지자 정부가 최근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한 까닭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을 만나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에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직접적으로 주문한 바 있다.

은행이 고금리 예금으로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우려다. 당국의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령'에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14년 만에 등장한 연 금리 5%대 예금 상품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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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신금리 경쟁 열기가 뜨거운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긴 만기를 장점으로 5% 후반대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던 생보업계도 금융당국의 '자제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보험은 이달 초 6%대 금리의 저축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보류 혹은 일부 상품 수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축보험은 높은 금리에 더해 긴 만기를 장점으로 가지고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당국이 나서서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한 시점에 현실적으로 6%대 상품을 새롭게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하면서 은행들의 수신금리 경쟁을 시작한 것은 정부였는데, 이후 상황이 바뀌자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이미 예금 금리가 높은 곳을 찾아다니는 금리노마드족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억지로 자율경쟁을 막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출금리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져, 이같은 논란은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정상적인 금리 모니터링의 일환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지만, 사실상 대출 금리의 추가 인상을 막기 위해서 압박하는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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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금금리 상승에 자제령을 내렸던 것도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걱정도 한 이유였다. 예금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곧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승 압력이 작용하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급등케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예금과 대출금리 인상을 모두 억제함으로써 가계의 이자 부담과 채권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금리에 대한 것은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정부가 금리를 모니터링한다면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는 제2의저축은행 사태가 우려되는 등 부실 우려가 있는 부분을 우선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예금금리에 대한 당국의 발언 이후 예적금 금리 인상이 주춤하자 재테크와 관련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5%대 예금 해지하고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6%대 기다리고 있었는데 헛수고가 됐다"며 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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