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몽' '장영실' '해신'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정점을 찍은 송일국(51). 요즘 그가 열과 성을 다하는 곳은 TV 촬영장이 아닌 무대다. 송일국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줄리안 마쉬' 역을 맡고 있다. 2016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출연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기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뮤지컬 댄서가 되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한 '페기 소여'(유낙원·오소연)의 꿈을 향한 이야기다. 마쉬(이종혁)는 최고 연출가로, 소여를 코러스걸로 발탁한다.
송일국은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연 때는 아무 것도 몰랐고, 재공연 때는 공연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수술을 받는 바람에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전 시즌에서 아킬레스 건이었던 노래에도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송일국은 "극중 마쉬는 1막에는 연기만 하고 2막 중반 이후 노래를 한다. 인터미션(쉬는시간)이 되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기다려진다"고 웃었다.
자신감의 비결은 꾸준한 연습. 송일국은 "제 방과 분장실에 각종 기기를 갖춰놓고 계속 노래 연습을 한다. 홍광호 씨가 100점이라면 저는 85점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며 "배우가 되고 난 후에도 뮤지컬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감히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둔한 배우'이다보니 연습 기간이 긴 공연이 오히려 잘 맞는다. 처음 연극할 때 박정자 선생님이 '배우가 무대에 두 발로 디디고 서는 게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앙상블 후배들이 춤추는 걸 보면 부럽다.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춤과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 쪽에서는 신인인 만큼" 뮤지컬 오디션을 열심히 보러 다닌다. "올해도 두 개나 떨어졌지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뮤지컬 '시카고'의 '빌리' 역을 해보고 싶어요. 오디션 공고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국민적 인기를 누린 삼둥이(대한·민국·만세)에 대해서는 "대한이는 머리가 좋고, 민국이는 언어능력, 만세는 감성이 탁월한다. 본인들이 원하면 배우가 되는 것을 말리지 않겠지만 '쉽지 않은 직업'이라고 얘기해주겠다"고 했다.
이번 작품 관전 포인트도 짚었다. 송일국은 "쇼뮤지컬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오루피나 연출로 바뀌면서 화려한 무대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더 부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