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화 동결' 이어 '12월 방일설'…주일대사 잇단 돌출발언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연합뉴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가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을 언급하는 등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총대 역할을 자청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윤 대사 발언에 거리를 둠으로써 혼선을 낳고 있다.
 
윤 대사는 지난 26일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국제정세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연내에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셔틀외교가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윤 대사의 말대로 "한일관계 정상화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정도는 풀려야 한다. 
 
따라서 12월 방일설이 제기됐다는 것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일 간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은 또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어도 셔틀외교 재개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여건이 조성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일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고, 따라서 12월 방일은 시기상조라고 한 셈이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연합뉴스

윤 대사의 돌출성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초 한국특파원단 간담회에서 강제징용 배상을 위한 현금화 절차의 동결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현금화가 이뤄지면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에 수십조 원, 수백조 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가 치유되는 과정이 다 무시되고 민사소송으로 끝나면 가장 큰 피해는 당사자가 입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 등은 윤 대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했고, 파장을 의식한 외교부는 "(윤 대사의 발언은) 본부와 조율된 것은 아니다"고 밝히며 거리를 뒀다.
 
윤 대사의 이런 행보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감안하더라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본국 정부와 조율되지 않은 민감한 내용을 외국 언론에 거론하는 것은 모든 것을 떠나 신뢰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도 윤 대사의 문제성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만 밝힐 뿐 경고나 주의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오해를 사고 있다. 모종의 교감 하에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강제징용 문제가 마치 연말까지 해결된다는 식으로 몰아감으로써 여론을 조성하고 기정사실화하려는 의심이 든다"며 "막판에 비밀 합의한 2015년 위안부 합의처럼 피해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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