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가나와 조별 리그 H조 2차전에서 2 대 3 석패를 안았다. 이로써 한국은 1무 1패, 가나는 1승 1패가 됐다.
경기 초반에는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전반 23분 무함마드 살리수(사우샘프턴)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10분 뒤 무함마드 쿠두스(아약스)에게 추가골을 헌납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0 대 2로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궁지에 몰린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대신 나상호를, 후반 12분 권창훈(김천)을 빼고 이강인을 투입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교체 투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강인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상대 볼을 빼앗아 크로스를 올렸고, 조규성(전북)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해 득점을 도왔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왼발이 경기의 분위기를 바꿨다.
여세를 몰아 조규성이 3분 뒤 다시 골망을 갈랐다. 김진수(전북)의 크로스를 받아 문전에서 헤딩골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순식간에 2골을 몰아쳐 분위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7분 뒤 쿠두스에게 다시 실점하며 1점 차 리드를 허용했다. 이후 마지막까지 격차를 좁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이강인은 그동안 벤투 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극적으로 승선했다.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후반 30분 교체로 나서 답답했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특급 조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계전문업체 옵타는 경기 후 출전 선수들의 공격 참여도(Attacking Sequence Involvement)를 분석했다. 공격 참여도는 선수의 슈팅과 기회 창출, 슛까지 이어진 빌드업 관여 등을 종합한 지표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10회로 양 팀 선수들 가운데 공격에 가장 많이 가담했고, 이강인과 김진수(전북)가 9회로 뒤를 이었다. 이강인은 슈팅 2회와 크로스 2회, 빌드업 관여 5회 등으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추가시간까지 43분밖에 뛰지 않았지만, 경기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했다. 황인범과 김진수가 풀타임을 소화한 점을 감안하면 이강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선발로 나선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1무 1패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오는 12월 3일 포르투갈과 3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을 교체가 아닌 선발로 기용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