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첫 상견례보다 먼저 가진 친윤 그룹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비상대책위 체제의 연장은 없다는 취지에서 전당대회 시기를 언급한 것까지 알려지면서, 여당의 '윤심' 종속 구도가 재차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비대위 등 지도부를 초청해 3시간가량 만찬을 함께했다. 공식적으로는 비대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이어 관저를 방문한 두 번째 손님이었다.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주로 덕담이 오갔고 윤 대통령이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며, 국정감사 당시 대통령실 수석 퇴장 사건과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합의 등으로 불거진 친윤그룹과 지도부 사이 불협화음이 불식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대위보다 먼저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친윤 핵심 의원들과 관저에서 부부 동반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며, 윤 대통령과 지도부 사이 관계보다 '윤핵관'이 전달받은 '윤심'에 관심이 쏠리는 양상이다.
이날 만찬에서는 차기 전당대회 등 당내 주요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논의됐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부부를 동반한 친목 성격의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최대 관심사인 전당대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현 지도부 임기가 마무리되는 3월 초에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 자리에서 형성됐다. 현 비상대책위 체제의 연장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런 논의가 있었던 친윤 그룹과의 만찬 이후 28일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시점을 미리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그간 '논의하자는 의도만으로도 오해를 받을 것'이라며 이슈의 민감성을 이유로 언급 자체를 꺼려왔던 것을 감안하면, 테이블 위에 전당대회 시점을 올려놓은 것 자체가 눈에 띄는 일이다. '윤심'이 비대위에 사정 변화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정조사 국면 전까지만 해도 비대위 내에서는 당무감사가 이르면 2월 끝나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 및 활동 시점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실제 전당대회는 5월말~6월초에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당내에서 친윤그룹을 중심으로 국정조사 등 현 지도부의 주요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생긴 리더십 균열 상황에서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지도부보다 앞서 친윤그룹과 만찬을 했다는 소식은 전당대회 시점을 앞당기자는 주장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었다. 마침 정 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관련 언급까지 하면서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시점은 2말 3초가 윤 대통령의 뜻'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지도부 만찬 이전에 윤 대통령과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1시간가량 독대를 했고,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와 관련된 지침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 연장 없이 3월초 전당대회 개최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친윤계 의원도 "비대위 임기 종료 시점에 맞춰 전당대회를 빨리 치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시점을 놓고 당내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당이 또다시 공식 라인이 아닌 '친윤' 그룹 비선 라인, 또 이들이 전하는 '윤심'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중요 사안마다 비선 논란이 자꾸 불거지는데, 윤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부담을 주는 일이라 보고,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도 "전당대회 시점마저도 윤심을 따라 정해진다면, 당내 논의가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당정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건강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