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지역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임차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숨진 가운데 28일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속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경찰, 소방, 지자체 등과 함께 현장에서 합동감식에 나선다.
합동감식은 사고 헬기가 어떤 이유로 추락했는지를 밝히기 위해 기체 결함과 정비 불량, 기상 상황과 조종사 과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코르스키사가 지난 1975년 생산한 S-58T 기종으로 워낙 노후돼 블랙박스가 없을 가능성이 있고, 혹여 있더라도 사고 충격으로 훼손돼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헬기 탑승자 5명 중 3명은 항공당국에 신고조차 안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들의 신원 파악과 함께 탑승 경위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항공당국에 따르면 조종사 A(71)씨는 이륙 전 산불계도 비행을 위해 기장 외 1명(정비사)이 탑승한다고 알렸다. 또한 탑승 일지에도 신고 외 나머지 인원들에 대한 정보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가 안 된 탑승자 3명 중 1명은 주유 등을 담당하는 20대 정비사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여성 2명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유전자 정보) 긴급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여성 2명은 숨진 50대 정비사의 지인이 유력한 가운데 1명은 동창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긴급 감정의 경우 2~3일이면 DNA 분석이 가능해 이른 시일 내에 각각의 신원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사망자 5명의 부검도 이날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10시 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에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 A씨와 정비사 B(54)씨 등 5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당초 사고 현장에서 배터리 등에서 기체의 추가 폭발이 우려돼 탑승자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지만, 화재를 진압한 이후 잿더미 속에서 모두 5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추락한 헬기는 속초시와 양양군, 고성군이 공동 임차한 헬기다. 이들 3개 시·군이 산불예방과 초동진화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매년 순차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올해는 속초시가 임대 계약을 했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30분쯤 속초에서 이륙해 산불예방 계도 비행을 하던 중 갑자기 추락해 참변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