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 관련 국정조사 계획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통령실의 기류가 강경하게 변하고 있다. 여야 정쟁의 화두였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유임 쪽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계속해서 영점을 이 장관에 맞추고 있다. 이 장관은 재난안전 관련 핵심 부처의 장관으로서 '핼러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이 장관 파면이 제대로 된 국정조사의 시작"이라며 "핵심 조사대상 책임자가 자리를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정조사에 제대로 협조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경질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이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국민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300명) 중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이 작심하면 단독으로도 해임건의안을 의결할 수 있는 셈이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해당 장관에 대한 해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드시 해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부할 경우 정치적 부담감이 따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장관 거취 관련 얘기에 대한 저희(대통령실) 입장은 명백한 진상을 확인한 이후에 그 책임 소재를 밝히고, 각각의 책임 범위에 맞춰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 이어 이 장관 해임건의안까시 시사하는 야당의 움직임에 점차 격앙되는 분위기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지속적인 정치 공세를 퍼붓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격적인 국정조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이제는 장관부터 자르라고 하고 있다"며 "야당의 밀어붙이기 정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미 경찰의 수사가 외압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따로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그것까지도 양보해 협조하기로 했는데, 이제는 인사권까지 건드리고 있으니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국정조사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렇게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 다만, 격앙되서 나온 발언 같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야당이 공세 수위를 높일수록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면서 이 장관의 거취를 놓고 고심이 깊었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분위기도 점차 유임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 이 장관이 경질성 자진 사퇴를 하게 된다면, 야당의 공세에 밀려 쫓겨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더욱 이 장관을 경질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저녁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하기도 했다. 국정조사 합의와 관련해 여권 내 일각에서 비난 받았던 주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포옹을 한 사실도 전해지면서 '원팀'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장관에 대한 파면 요구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단일대오'를 형성에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28일 월요일까지 일방 통보한 행안부 장관 파면을 또다시 요구했다'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수사와 국정조사가 행여라도 일방의 답을 정해 놓은 정쟁의 들러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