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제주 짧아진 봄가을 뜨거워진 바다…기후위기 공포[영상] ②금요일 지구촌선 무슨일이…기후행동 나선 청소년들[영상] ③꿀벌 실종 미스터리…동행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영상] ④카누도 타고 쓰레기도 줍고…기후보호 이색활동[영상] ⑤이산화탄소 내뿜는 비행기 타고 휴가? 기후학교의 고민[영상] ⑥'우리는 행동한다' 모두가 책임자고 관리자인 기후학교[영상] (계속) |
독일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1980년부터 준비단계와 개발기, 발전기, 정착기를 거쳐 완성됐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발전은 자연 환경을 이용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은 생태계 수용 능력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독일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환경문제를 단순한 보호차원으로 보지 않고 특정인과 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닌 누구나 책임자이고 당사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학교 교육과정도 특정 교과서만 환경교육을 다루는게 아니라 모든 교과목이 환경이나 기후관련 내용을 싣고 있다. 생물과 화학, 지리, 일반과학뿐만 아니라 국어와 음악, 미술, 스포츠, 철학에서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비롯해 환경과 기후의 가치 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의 야니나 게바우어(39) 교사는 "유네스코 등으로 불리는 선택수업에선 100% 자연보호와 환경보호를 주제로 다루고 다른 과목에서도 기후와 환경을 소재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며 "가령 수학문제에는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배출됐는지 계산할 수 있게 하고 미술과목에선 오래 쓴 물건들을 어떻게 재활용할지 고민을 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플로리안 프랑켄펠트(53) 교장은 "독일어 과목에서도 기후와 관련한 책을 읽은 뒤 토론을 하고 제2외국어에서도 환경문제를 다룬다"며 "기후변화와 빈부격차 등에 대응하려고 유엔이 지난 2015년 17개 목표를 선포하고 2030년까지의 과제를 제시했는데 학교의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동참하고 각 수업과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도 환경과 관련한 주제를 제시하고 토론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1994년부터 유럽 환경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함부르크에서 처음으로 환경학교를 인증했다. 더욱이 함부르크는 지난 2011년 환경보호도시가 된 이후 기후학교까지 운영하는 독일의 유일한 도시가 됐다.
이에 따라 함부르크는 환경학교와 기후학교를 총괄하는 전문 교사도 배치했다. 비욘 폰 클라이스트(55) 교사가 함부르크의 기후학교를 총괄하고 있고, 프라우 세액(41)이 환경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프라우 세액은 "함부르크에 있는 학교 400여 곳 중 기후학교로 지정된 곳이 75곳이고 환경학교를 운영하는 곳은 60곳이다"며 "내년에는 기후학교가 85곳으로, 환경학교는 65곳으로 각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기후학교는 '기후-우리는 행동한다'를 모토로 각 학교마다 기후보호 계획을 개발하고 실천방안을 만들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기후학교와 환경학교로 동시에 지정된 김나지움 랄슈테트 학교가 대표적으로 50가지 기후계획을 실천하고 하천가꾸기 등의 환경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율리우스 레버 학교도 환경학교로 인증받아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꿀벌 키우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친환경 건물을 짓고 숲 교실 처럼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정원 조성과 식물 심기도 적극적이다.
비욘 폰 클라이스트는 "함부르크 전체 기후학교에서 만든 실천방안이 4500개 가량 되는데 겹치는 것들을 정리해 봤더니 450개가 추려졌다"며 "학교들에 예시로 보여주며 실천해 볼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기후학교의 인증은 1단계 조언받기, 2단계 학교회의 통한 참여결정, 3단계 학교 기후보호책임자 임명, 4단계 기후보호 계획 준비, 5단계 기후보호 계획 채택, 6단계 기후학교 인증 수여 등의 단계적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비욘 폰 클라이스트는 "기후학교를 신청하려는 학교에 찾아가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 교내 직원, 경비원까지 만나 기후학교에 동참하고 싶은 지를 물어보고 모두 동의하면 지원이 시작된다"며 "학교시설이 기후보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기후보호 프로젝트를 세워 실천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진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생과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해 10년 후에 우리 학교는 어떤 목표를 달성할지 계획을 세우는데 첫 번째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기후보호에 관심을 갖고 일상생활에서 기후보호를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이스트는 "기후학교 75곳 모두 담당교사가 지정돼 1년에 4차례씩 만나 기후보호를 고민한다"며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전문가와 연결도 해준다"고 밝혔다.
특히 기후교육에 필요한 수업자료와 보조기구 등을 각 학교에 제공하고 비싼 기구들은 빌려주기도 한다. 조명의 밝기를 측정하는 기구를 통해 과도한 조명 사용을 막을 수 있게 하고 이산화탄소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는 기구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초 도구가 된다.
함부르크에선 '에너지4'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각 학교의 참여율이 높다. 프라우 세액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거나 실제로 에너지 낭비를 줄였다면 학교에 지원금을 주는데 200여개의 학교가 참여해 1년에 9000유로 안팎의 상금을 받은 학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후학교 등에는 조명과 에어컨, 히터의 사용량 등을 점검하는 학생들이 관리자로 지정됐다. 김나지움 랄슈테트 펠리나 포르탄(13) 학생은 "기후 스카우트가 반마다 2명씩 지정돼 조명이 꺼져 있는지, 쓰레기 분리수거는 잘 돼 있는지 등을 관리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선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기후모임도 열린다. 펠리나 포르탄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참여해 기후보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후모임이 1년에 1~2차례 열린다"며 "친환경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매해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등의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로냐 라인하트(13)는 "환경팀이 구성돼 빛이나 전기, 가스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측정하고 이걸 어떻게 더 줄일지 연구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절약이 더 가능한지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함부르크는 기후보호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실천방안을 찾아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