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전미도 "탐욕과 이기심, 러빗부인만 그럴까요?"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러빗부인 역을 맡은 전미도. 오디컴퍼니 제공
"저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의) 선하고 현명한 채송화로만 알고 있어서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12일 1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로 무대에 복귀하는 전미도(40)는 살짝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대에 서는 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지난 3년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2020~2021), '서른 아홉'(2022) 등 드라마로 팬들을 만나왔던 터. "얼마전 런(예행연습)을 돌 때 즐거워하는 제 자신을 보며 '무대가 그리웠구나' 깨달았죠. 연습하는 과정 하나 하나가 행복해요."

'스위니토드'는 브로드웨이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1930~2021)의 걸작이다. 작품의 배경은 불안과 공포가 가득한 19세기 영국 런던. 부도덕한 판사에게 아내와 딸을 빼앗긴 이발사 스위니토드가 15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끝내고 잔혹하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2016년 초연, 2019~2020년 재공연했다.

전미도는 스위니토드의 무차별적 복수를 돕는 파이 가게 주인 '러빗부인' 역을 맡았다. 2016년 초연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출연한다. 이 역할로 2017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미도는 최근 강남구 도곡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위니토드'는 나이가 들수록 익어가는 작품이다. 블랙코미디라고만 생각했던 6년 전과 달리 지금은 인간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됐다"며 "혼자 힘겹게 파이 가게를 운영하던 러빗부인이 예전에 흠모했던 스위니토드와 다정하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현실적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전미도는 러빗부인을 "절박한 여자"라고 표현했다. "극중 배경은 도덕과 윤리가 완전히 무너지고,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를 해쳐도 용납되던 시대였어요. 비단 러빗부인 뿐만 아니라 저 역시 얻고자 하는 욕망, 집요한 면이 있고요. 러빗부인이 옳다고 손들어줄 수는 없지만 나도 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러빗 부인의 앞치마를 두르면 나도 모르게 종종걸음 하게 되고 허리도 구부정해진다"며 웃었다.

오디컴퍼니 제공
이 작품은 손드하임 음악 특유의 불협화음이 공포감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전미도는 "변박으로 박자가 쪼개지고 음이 맞는지 틀린지 모를 정도로 애매한 음이 많아서 처음 들으면 음악이 좋다고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여러 번 듣다 보면 박자와 음이 인물의 정서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저런 뉘앙스가 있구나' 찾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추천곡은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다.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곡이에요. 7분이 넘는데 서로 애드립하느라 웃음이 터지기도 하죠. 초연 첫 공연 때 관객들의 폭발적 반응을 잊을 수 없어요."

어느덧 배우인생 16년차가 됐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마우스'를 시작으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베르테르', '닥터지바고', 연극 '신의 아그네스', 로미오와 줄리엣', '오슬로' 등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채웠다. "초등학교 때 교회에서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하던 성극을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다른 교회 가서 당시 본 성극을 똑같이 공연하면서 '내가 연기를 재밌어 하는구나' 깨달았죠."

80세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좋은 연기에 대해 정의할 순 없지만 그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연극 '3월의 눈'(2011)에서 장민호 선생님 연기를 보고 충격받았어요. '나는 저 나이대에 선생님 같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시골 한옥집에 사는 할아버지 역이었는데 전혀 연기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나이 들어서도 역할로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게 느껴졌죠. 롱런하는 무대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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