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쿤체·르베이 "'韓서 '베토벤' 세계 초연하는 이유요?"

좌)실베스터 르베이, 우)미하엘 쿤체 ⓒEMK Musical Company 제공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작가 미하엘 쿤체(79·체코)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77·헝가리) 콤비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쿤체·르베이 콤비가 7년의 준비 끝에 신작 뮤지컬 '베토벤'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베토벤'은 2023년 1월 12일부터 3월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초연한다.

쿤체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독일·오스트리아 작곡가 베토벤의 전기 뮤지컬을 클래식 본고장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초연하는 것을 두고 "유럽에서 베토벤은 신화 같은 인물이다. 제작자들이 베토벤의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만드는데 어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며 "베토벤에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신작을 선보이고 싶었다. 한국 관객은 마음이 굉장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위대한 작곡가'가 아닌 '인간' 베토벤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 속에서 자란 베토벤은 학창시절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였고, 뛰어난 음악적 재능 덕분에 갈채와 환호를 받았지만 청력 상실이라는 시련과 마주하며 절망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여인 안토니 브렌타노와의 사랑을 통해 힘을 얻고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쿤체는 "외롭고 영혼의 상처가 많았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구원받는 이야기다. 작품 안에서 사랑이 이뤄지거나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부분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르베이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계라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치유받고 삶 자체가 온전히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공연 개막에 앞서 넘버 3곡을 공개했다. 넘버 '사랑은 잔인해'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매직 문'은 피아노 소나타 '월광', '그녀를 떠나'는 '코리올란 서곡'을 변주했다.

르베이는 "모든 넘버는 베토벤의 원곡에 기반하고 있다. 원곡 안에는 베토벤의 영혼과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저희가 감정과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면 원곡을 사용해야 했다. 필요할 땐 제가 추가적으로 멜로디를 작곡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게끔 작업했다"며 "관객들이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오늘날의 록스타처럼 느끼고 바라보면 좋겠다. 음악에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무대 양 옆에 기타 연주자 2명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쿤체는 "이번 작업을 통해 베토벤에게 인간적으로 가까이 다가간 만큼 음악을 들을 때마다 외로운 사람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다. 한 음 한 음마다 상처입은 영혼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클래식과 동시대 음악을 연결해 문화적 확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르베이는 "뮤지컬 음악에 익숙한 관객은 클래식 음악에 한 발자국 다가서고, 클래식 애호가는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극중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은 박효신과 박은태, 카이가, '안토니 브렌타노' 역은 조정은과 옥주현, 윤공주가 캐스팅됐다. 르베이는 "이들 배우는 '보컬 천재'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노래 잘하는 배우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라며 "특히 이번 작품은 소화해내야 하는 음악이 폭넓지만 배우들이 굉장히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부른다. 작곡가로서 이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하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한국 관객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르베이는 "한국 관객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어떤 노래가 마음에 들었을 때 박수갈채로 바로 반응하는 것에 대해 주저함이 없다. 저희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엄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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